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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대통령 할아버지- 김용훈(문화체육부 기자)

  • 기사입력 : 2020-09-03 20: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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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강한 거절이나 부정을 나타낼 때 쓰는 표현 중에 종종 대통령 할아버지가 등장한다.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의 할아버지가 와도 들어줄 수 없다는 얘기로 ‘불가능하다’라는 의미다.

    ▼일상사에서 대통령 할아버지가 와줄 확률은 극히 낮겠지만 정말 불가능한 일일까. 우선 우리나라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현 문재인 대통령까지 12명의 대통령 중 임기 기간에 그분들의 할아버지가 계셨던 적이 있는지 따져보자. 역대 대통령을 살펴보면 대부분 본인부터 할아버지 나이에 임기를 시작했다. 최연소는 박정희 47세(5대)이지만 장기집권을 하며 9대 임기 시작은 62세였다. 50대는 전두환 50세, 노태우 57세, 노무현 58세 3명이다. 나머지 대통령은 60대 이상으로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의 취임 당시 나이는 평균 63.3세이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대통령 할아버지를 만날 확률이 0%였다. 불가능한 것이 맞다.

    ▼EU의 28개 회원국 지도자 중 30~40대가 40% 이상이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39세 때 취임했다. 이탈리아의 마테오 렌치 총리도 39세, 아일랜드의 레오 바라드카는 38세,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은 37세, 우크라이나 알렉세이 곤차룩은 35세, 핀란드의 산나 마린은 34세, 심지어 오스트리아의 제바스티안 쿠르츠는 31세에 임기를 시작했다.

    ▼과거와는 달리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생애주기가 달라져 정치권에도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 당장 우리나라의 차기 대통령 후보군들부터 나이대를 보면 대다수가 65세 전후에 임기를 시작해야 한다. 국회의원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21대 국회의원들의 평균 나이는 54.9세로, 역대 최고령이던 지난 20대 때보다 불과 0.6세 젊어졌다. 이에 반해 국제사회의 지도자들과 정치권이 젊어지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정치는 나이와 비례하는 것도 반비례하는 것도 아니지만 재탕 삼탕 드라마를 재방송해서 보는 것 같은 정치권에 여야를 막론하고 세대교체는 필요하지 않을까. 대통령의 할아버지가 올 수 있는 희망을 가져보고 싶다.

    김용훈(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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