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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1월 18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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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수마 휩쓸고 간 하동 화개장터

흙은 털어냈지만, 상처는 털어내지 못했다
수해복구 끝나도 시설·장비 소실로
150여곳 중 문 연 곳은 5~6곳뿐

  • 기사입력 : 2020-09-02 20: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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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일 하동 화개장터 입구. 대부분의 가게들이 여전히 문을 열지 못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일 하동 화개장터 입구. 대부분의 가게들이 여전히 문을 열지 못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7~8일 집중호우와 섬진강 범람으로 대규모 수해를 입은 하동군 화개장터. 하동군과 상인, 전국 각지서 찾아온 수많은 자원봉사자와 군장병들의 노력으로 수해복구는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아직 장은 온전한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2일 찾은 화개장터는 여전히 휴업중이다. 시장 입구 일부 할인마트와 찻집 등이 문을 열고 그나마 몇 안되는 손님을 맞고 있지만 대부분 상가 문은 아직 굳게 닫혀 있다.

    이번에 수해를 입은 상가는 화개장터 내 107곳과 인근 알프스 장터를 포함해 150여 곳이지만 문을 연 곳은 5~6곳에 불과하다.

    화개장터 공영주차장 인근에 자리잡은 옥화주막의 이모(59) 사장은 “물은 빠졌지만 아직 잡냄새가 빠지지 않아 매일 선풍기를 틀어 환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무더위에 에어컨이 가동돼야 영업을 할 수 있는 데 아직 수리가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출고복사] 수마로 문을 닫은 화개장터 상가-허충호
    수마로 문을 닫은 화개장터 상가.
    [출고복사] 화개장터 내 주점-허충호
    화개장터 내 주점. 에어컨이 작동안돼 아직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장터에서 국수점을 운영하는 박모(67) 사장의 형편도 비슷하다. 박 사장은 “수마가 덮칠 당시 가스배관이 쓸려나갔는데 아직 연결을 못하고 있다”며 “가스배관이 연결돼야 조리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이런 사정은 주변의 상가 대부분이 겪고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바로 옆 상가의 커피숍은 최근 문을 열고 영업에 들어갔다. 가게주인 이모(53) 사장은 “수해가 난 후 하루 12시간 이상 보름간 혼자서 각종 기계를 닦고 수리해 겨우 작동시켰다”고 그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사장은 “슬러쉬 기계 등이 모두 물에 잠겨 작동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 구입하려니 비용이 너무 들어 당장 필요한 것만 부속을 교체해 운영중”이라고 말하고 “그래도 가게 문을 여니 가끔씩 찾는 손님들은 있다”고 말했다.

    화개장터시장번영회는 최근 개점 관련 긴급 회의를 갖고 상인들의 뜻을 모아 대략 오는 25일쯤 본격 영업을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또 변수가 생겼다. 전국적으로 확산조짐을 보이는 코로나19 사태다.

    김유열(58) 화개장터시장번영회장은 “지난달 29일 상인회 임시회를 가진 결과, 2001년 9월 25일이 화개장을 연 날인만큼 이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오는 25일에 전면적으로 개장하자고 하는 의견들이 많았지만 현재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출고복사] 활기잃은 화재장터-허충호
    2일 하동 화개장터 입구. 대부분의 가게들이 여전히 문을 열지 못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악의 경우 11월은 돼야 모든 상가가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 회장은 “화개장터나 알프스장터나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매 한가지”라고 말했다. 특히 “상가의 벽들이 대부분 황토로 시공돼 있어 물이 빠진 것 같아도 아직 배어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황토벽이 완전히 건조돼야 상품을 전시하고 판매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상가 대부분이 풍수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라 수마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고 말하고 “정부에서 긴급대출을 해준다지만 상환기간을 대폭 늘리고 이자도 없는 방식으로 지원해주길 바라는 게 현지 상인들의 바람”이라고 전했다.

    화마에 이어 수마가 할퀴고 간 화개장터. 수해의 상처가 언제 아물어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글·사진= 허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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