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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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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류호정 원피스- 주재옥(경제부 기자)

  • 기사입력 : 2020-09-01 20: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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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펭수’는 지난해 한 방송국 시상식에서 화관을 쓰고 드레스를 입은 채 등장했다. 펭수를 남성일거라고 생각했던 이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목소리는 남성이지만 프로필에는 성별을 유추할 만한 어떤 단서도 없었다. 펭수에게 남자인지 여자인지 묻는 사람들의 질문에 자신은 남극에서 온 열 살짜리 펭귄이라고만 답했다. 이 같은 펭수의 모습은 젠더(성·Gender)의 경계를 흔드는 상징적인 사건이 됐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가 지은 〈보이지 않는 여자들〉을 보면 ‘젠더 데이터 공백’에 대한 설명이 있다. 사회의 기준을 남성에게 맞추면서 여성이 겪는 불편을 말한다. 남성의 손 크기로 제작된 스마트폰은 평균적인 여성의 손으로 겨우 쥘 정도이고, 신체 구조상 화장실 사용 시간이 남성의 2.3배인 여성과 화장실 면적을 동일하게 만들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저자는 ‘젠더 데이터 공백’이 메워진다면 남녀 모두 더 지혜롭고 합리적으로 설계된 세상에서 살 수 있다고 바라봤다.

    ▼영국 런던교통공사는 2017년부터 지하철 안내방송에 ‘신사 숙녀 여러분’이라는 인사말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발표를 했다. 그 말을 대체해 ‘여러분 안녕하세요(Hello everyone)’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두 개의 성별을 칭하는 신사, 숙녀라는 말 대신 ‘여러분’ 같은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해서 모두를 존중하겠다는 뜻이다. 다양한 가치관을 존중하는 현대사회에서 젠더의 경계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지난달 류호정 의원이 원피스를 입고 국회 본회의장에 출석해 젠더 이슈가 된 적 있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그의 복장에 대한 인신공격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류 의원은 “국회의 권위가 양복으로 세워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처럼 젠더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현실은 여전히 성 고정관념으로 단단하다. 펭수의 좌우명은 ‘펭수는 펭수’다. 자신을 특별한 성별로 고정해 바라보지 않는 펭수처럼,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고 건강한 ‘젠더 감수성’을 가지는 일이 중요해졌다.

    주재옥(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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