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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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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상담료 꼭 내야 하나요.- 염진아(변호사)

  • 기사입력 : 2020-08-31 20: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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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는 마산에 변호사사무실을 개소한 지 벌써 연차로 7년 차다. 7년 동안 여러 사람을 만났으나, 최근 황당한 일을 겪어 소개하고, 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코로나19 확진 31번 환자가 나오기 전 즈음, 사무실에는 그래도 지나가다 혹은 여자변호사를 찾아 사무실에 들어와서 상담을 받으시는 분들이 어쩌다 한 명씩 있었다. 그날도 지나가던 아저씨 한 분이 사무실에 들어서서 상담을 받고자 했고, 직원이 마침 외근 중이어서 필자(변호사)가 직접 상담을 하며 기본 상담료가 있다는 점 등 상담료를 안내하고 ‘유료’임을 설명했다.

    아저씨는 몇 분 상담을 하고 무슨 돈을 받느냐고 되묻더니, 그래도 몇 가지 물어보고 가겠다고 성큼 방으로 들어와 앉아서, 어떠한 편법을 사용하면, 살아계시되 치매로 현재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어머니의 재산을 형제들 몰래 자신의 명의로 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약 30여 분 동안 아저씨가 생각하는 방법으로 할 경우 당할 수 있는 소송, 그리고 완벽히 거짓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점, 편법으로 하는 것은 결국 밝혀질 가능성이 언제라도 존재한다는 점을 설명하였는데, 상담의 결론이 자신의 마음에 차지 않았던 그는 상담료를 줄 수 없다며 들어올 때처럼 성큼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예전 개업 초기에는 자기회사의 문제 파악을 위해 서류를 500여장 주시고 검토비용을 주겠다고 해 열심히 본 뒤 요약정리해 전화로 설명하였더니, 그 뒤 검토비용을 주지 않기 위해 연락을 두절한 모회사 부장도 있었다.

    이렇듯 필자가 황당한 일들을 겪는 것은 아직도 변호사와의 상담, 혹은 변호사의 서류검토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생소하게 생각하고, 왜 그래야 하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법률전문가인 변호사 상담을 하면 상담료를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에 대해 여러 해 동안 캠페인을 벌이며 설명하고 있고, 필자는 마산에 사무실을 개소한 이후 단 한 번도 무료상담을 하겠다고 공언한 사실이 없다.

    그러나 아직도 유료 상담이 기본임을 설명하면 바로 사무실을 되돌아 나가는 사람이 많고, 변호사가 사무실에 앉아서 말 몇마다 하고 돈을 받는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이 너무나 많다.

    우리나라의 의료는 의료보험이라는 제도 안에서 사람들이 의사와 5분 남짓한 시간 동안 이야기하고 증상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당연히 생각하고 병원에 가서 진찰을 위해 먼저 주민등록번호를 밝히고 의료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 후 접수하듯이, 변호사사무실도 찾아온 사람들에게 먼저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거나, 기본 상담료 예납을 먼저 받은 후 상담을 진행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상황에서의 법률적 고민을 짧은 시간 안에 함축하여 해 주어야 하는 수고로움, 대충 정리되어 있거나 전혀 정리되어 있지 않은 여러 가지 서류를 검토하여 법률적인 문제 및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그것을 위한 변호사들의 노력과 시간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으면 한다.

    나아가 변호사의 유료 상담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서비스업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기를 바란다. 그래야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 만큼 서비스의 질도 높아질 것이고 그것이 더욱더 우리 사회가 발전하는 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염진아(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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