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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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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물난리 뒤 찾아온 폭염- 이상규(취재1국장)

  • 기사입력 : 2020-08-18 20: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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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일 폭염이다. 며칠 전만해도 하늘이 뚫린 것처럼 비가 쏟아지더니 이제는 조금만 움직여도 온몸에 땀이다. 더위도 잊을 겸 물폭탄이 수시로 쏟아지던 1주일 전으로 시간을 되돌려보자.

    경남신문은 지난 10일 ‘르포- 물에 잠긴 화개장터, 429㎜ 물폭탄에 ‘화개장터’ 아수라장’이란 제목으로 4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로 32년 만에 물에 잠긴 화개장터 현장을 보도했다. 당시 사진을 보면 화개천이 범람해 화개장터가 물에 잠겼다. 화개공영버스터미널이 물에 잠긴 것을 비롯해 일대 상가 1층이 대부분 침수된 모습이다.

    인근 지역인 전남 구례군은 더 심했다. 섬진강·서시천의 범람으로 읍내 전체가 물바다가 됐다. 공중에서 촬영한 구례읍 모습은 황톳물 속 수중도시였다. 구례군 1만3000가구 중 1182가구가 물에 잠겼고, 구례읍 5000가구 중 946가구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농경지가 침수됐고, 소와 돼지 수천마리가 죽거나 다치는 등 피해를 입었다.

    합천 율곡에서 밀양 하남까지 80여㎞를 떠내려온 소가 있었고, 전남 구례군에서 남해군까지 떠내려온 소 1마리가 고현면 난초섬에서 극적으로 구조되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홍수를 피해 지붕 위로 올라간 소도 인상적이었다. 7월 말과 8월 초 전국적으로 비는 정말 징글징글하게 내렸고 이 장마가 언제 끝날까 싶었다.

    그러던 날씨가 며칠 만에 숨쉬기 힘들 정도의 무더위로 바뀌었다. 퇴근하자마자 수시로 찬물을 뒤집어써도 그때뿐이다. 종일 에어컨 바람을 쐬니 머리가 아프다. 낮 기온이 34도까지 오르며 경남에 폭염특보가 내려져 있다. 대부분의 시·군에 폭염경보가 내려졌으며, 일부 지역은 폭염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무더위는 이번 주까지 계속 이어진다. 경남 해안과 일부 내륙을 중심으로 열대야가 나타나고 있다.

    올여름 날씨를 보면 동남아시아 날씨를 연상케 한다. 중부지방은 폭우가 쏟아지는 와중에 남부지방은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좁은 한반도에서 날씨 편차가 컸다. 국지성 소나기도 예전에 비해 잦아졌다. 지구 온난화로 우리나라도 동남아시아와 같은 아열대 기후의 특징을 자주 보인다.

    습도가 높고 날이 후텁지근하니 만사가 귀찮다. 매일 습한 날씨에 예고없이 쏟아지는 스콜, 조금만 움직여도 온몸이 흠뻑 땀에 젖는 더위 속에서 평생을 살아야 하는 동남아시아 사람들의 느긋함도 이제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기후가 축복이라는 생각과 함께 점점 봄·가을은 줄고 여름과 겨울만 길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번 더위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절기상 말복(8월 15일)은 엊그제 지났고 낼모래면 처서(處暑:여름이 지나면 더위도 가시고 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의미로, 더위가 그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다. 적어도 보름만 지나면 이 더위도 꺾어질 것이다.

    올 한 해 코로나에 장마, 그리고 불볕더위와 또다시 코로나 유행 조짐. 모두 먹고사는 것도 만만찮은데 살아가는 환경마저 우리를 답답하게 만든다. 하지만 어쩌랴. 불볕 무더위 속에서 잠깐 지나치는 시원한 바람과 소나기처럼, 지루한 장마 기간 중 잠시 내리쬐는 화창한 햇살처럼, 우리의 행복도 인생의 7할 이상 차지하는 지루한 일상을 견뎌낼 때 잠시 잠시 맛보는 그러한 것이 아닐까.

    이상규(취재1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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