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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산티아고 순례길 (1)

삶 찾아나선 스물둘, 800㎞ 길 앞에 홀로 서다
막막한 인생 고민한 여름방학
언니 추천에 일주일만에 준비한

  • 기사입력 : 2020-08-13 21: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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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살, 대학생이 되었는데 앞으로 뭘하고 싶은지, 뭘 잘하는지, 무엇을 하며 먹고살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으로 막막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여름방학을 보내는 중 언니가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를 추천했다. 작년에 다녀온 언니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떠났다고 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얻어왔다고 했다. 그렇게 나도 용기를 가지고 내 인생의 목적을 알기 위해 산티아고로 떠났다.

    드높은 하늘과 양떼와 함께한 산티아고 순례길.
    드높은 하늘과 양떼와 함께한 산티아고 순례길.

    사실 너무 무서웠다. 비행기표를 끊고도 두려웠다. 너무 짧은 준비기간과 처음 가는 낯선 세계로 간다는 것은 아주 큰 도전이었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아무런 목적없이 나아갈 것만 같았다.

    떠나기 3일 전 마산에서 함안까지 25㎞ 정도 걷는 연습을 했는데 하루 만에 발바닥에 물집이 생겼다. 나름대로 물집 안 생기게 하는 테이핑 방법을 연구해 나 자신을 등불로 삼아 나를 믿고 무작정 걸어보기로 했다.


    한국에서 떠나는 날부터 태풍 때문에 비행기가 연착되었다. 여행이 순탄치만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침 7시. 기내에서 파리에 도착했다는 안내문이 흘러나온다. 그 순간을 지금도 정확히 기억한다. 내리기 전부터 비행기 위에서 내려다보는 파리는 생각보다 수수했지만, 내 가슴을 너무나 벅차게 했으니까. 어릴 적부터 꿈의 도시였던 파리에 이렇게 급작스럽게, 그냥 스쳐가는 도시로 방문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비행기 옆자리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 친해지고 샤를드골공항에서 몽파르나스역까지 택시를 함께 탔다. 서로 다른 목적지에 아쉽게 헤어졌지만 서로의 여행을 응원했다. 처음부터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으로 여행이 시작된 듯했다.

    나는 산티아고로 가는 출발점에 서기 위해 파리를 경유했다. 5시간 남짓이 나의 첫 파리였다. 카미노를 걸으며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파리를 욕했다. 냄새나고 더러운 불친절한 도시. 하지만 나에게는 그저 공기마저 낭만적인 도시. 신혼여행을 가게 된다면 반드시 행선지여야 할 도시일 뿐이다. 카미노를 무사히 걷고 파리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다짐을 하고 카미노의 출발지 생장피에드포드로 가기 위해 몽파르나스역에서 떼제베를 타야 했다. 일주일 만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떠나온 길이었기 때문에 모든 비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감수하기로 결심을 했지만, 싸게 사면 30유로에도 사는 떼제베를 120유로나 주고 샀다는 사실은 너무나 가슴이 쓰라렸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알려주는 화살표.
    산티아고 순례길을 알려주는 화살표.

    파리 공항에 도착해서 기차를 타고, 환승을 하고 미니버스로 프랑스 남부 국경마을인 ‘생장피데포르’에 도착했다. 한적하고 고요한 마을이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새로운 곳이었다.

    순례자 사무실에서 여권(크레덴시알)을 만들고, 조개껍데기를 가방에 매달았다. 기부를 통해 산 이 가리비가 나를 지켜줄 것이라 믿었다.

    산티아고 가는 길을 상징하는 조가비.
    산티아고 가는 길을 상징하는 조가비.

    등보다 큰 배낭을 메고 다양한 인종들이 모인 곳에서 출발 전 사람들의 표정은 설렘과 긴장, 다양한 감정들로 뒤섞여 보였다.

    생장에서 밤을 보내기 위해 알베르게를 구했다. ‘알베르게’는 순례자를 위한 숙소로 순례자 여권을 소지한 사람만 투숙할 수 있다. 성별이나 나이 구분없이 침대 하나만 지정받아 잠을 잔다.

    공립 알베르게는 저렴한 가격이지만 예약이 불가하고 시설이 열악한 곳이 있다. 도네이션으로 알베르게를 제공해 주는 곳도 있다. 사설 알

    베르게는 다소 비싸지만 예약이 가능하고 식사가 유료로 제공되는 곳이 있다.

    순례길을 걸을 때 한께한 젤리와 물, 와인. 물의 감사함을 느끼게 해준 길이다. 수도꼭지에서 와인이 나오는 곳도 있다.
    순례길을 걸을 때 함께한 젤리와 물, 와인. 물의 감사함을 느끼게 해준 길이다. 수도꼭지에서 와인이 나오는 곳도 있다.

    첫 알베르게에서 만난 친구와 스테이크를 먹으며 우리의 여정을 응원했다. 새벽에 일어나 출발할 생각하니 잠이 들지 않았다.

    프랑스에서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으로 넘어가는 첫날이었다. 긴장해서 그런지 6시가 조금 넘어 눈이 떠졌다. 분주하게 준비해서 바쁘게 첫 출발을 했다. 시작부터 산이라니. 이른 새벽 출발에 다리가 아파 걷지 못하는 친구는 피레네를 못 넘을 것 같아 택시를 타고 먼저 숙소로 가 있겠다고 했다.

    친구를 보내고 나니 혼자 산을 넘어 가야 하는데 뒤처진 느낌이 들었다. 두려움으로 시작했는데 8㎏나 되는 무거운 짐, 높게만 느껴지는 오르막길, 따가운 볕까지 고난의 연속이었다. 다들 일찍이 출발한 탓에 주변에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큰 산에 혼자 남게 될 것 같아 한번도 써 보지 않은 온 힘과 의지를 가지고 산을 올랐다. 걷고 또 걸어도 목적지는 안 나오고, 사람도 없었다. 가장 힘든 순간 가족이 너무 보고 싶었다. 혼자 똑같은 길을 걸었을 언니를 생각했고, 당시의 언니 마음도 생각한 시간이었다. 걷기를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가족과 스스로에게 해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 끝까지 걸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말 친구들.
    흔하게 볼 수 있는 말 친구들.

    오르고 올라가니 영화에서만 보던 초원들이 광활히 펼쳐져 있었다. 초원에서 자연을 만나고, 소중한 식수를 발견하고, 카미노들을 만나고, 함께 걸으며 힘을 냈다. 서로에게 자신이 가진 먹을 것을 나눠주고 응원을 해주는 사람들로부터 힘을 얻었다.

    27.7㎞ 거리를 9시간이 걸려 도착한 론세스바예스의 알베르게는 최고의 호텔 부럽지 않았다. 그리고 피레네에서 만난 사람들과 유머러스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최고의 만찬을 즐겼다. 기분 좋은 공기와 남은 770㎞를 생각하며 첫걸음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메인이미지

    △ 조은혜

    △ 1994년 마산 출생

    △ 경남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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