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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건강한 삶- 송신근(수필가)

  • 기사입력 : 2020-08-13 20: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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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한 삶이란 어떤 삶일까. 빠르게 변화되고 있는 사회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받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 텔레비전이나 노트북의 모니터, 나아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피시에 이르기까지 각종 기기에서 펼쳐지는 대중문화가 범람하면서 끝없이 인간을 유혹하는 시대다. 물론 이런 볼거리들은 대중매체를 통해서 편집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발달한 대중매체는 매체 속의 이미지들을 현실 세계보다 더 현실적인 것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영화나 드라마, 축제, 음악 등 무작위로 던져 놓은 유혹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펼쳐지는 화려하고 아찔한 패션, 고급 자동차, 근사한 저택, 다양한 음식, 프로그램을 기다리다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는 광고 속에 등장하는 상품들, 어느 것 하나 우리를 현혹하지 않는 것이 없다.

    이러한 대중매체가 제공하는 이미지들에 길들여지다 보면 결국에는 온몸으로 겪어야 하는 현실 세계는 사라지고 시각적으로 특화된 이미지의 세계만이 남게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허상에 의존해서 주체성 없이 덩달아 함께 움직인다면 세상의 혼탁한 흐름과 소용돌이에 휩쓸려 표류하게 될 수도 있다.

    세상의 흐름을 누구나 똑같이 타야 할 이유는 없다. 사람에 따라 삶의 뜻과 그 양식이 다르기 때문에 그 유행을 따를 수도 있고 거스를 수도 있어야 한다.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유용하게 써야 할 시간과 에너지를 무가치한 일에 허비해 버릴 수는 없다. 이럴수록 중요한 것은 자기 중력의 중심을 잡아내는 일, 종속이 아니라 주체임을 자각하는 일이라고 생각해본다.

    대중매체가 풀어놓은 자극적인 문구와 매일매일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산만하고 분산된 정신을 맑게 하고 지친 심신을 치유하기 위해 자연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주말이면 근교 산의 등산로와 둘레길,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계곡 등지에는 사람들이 찾아든다. 산뿐 아니라 일렁이는 바다를 보기 위해 여객선터미널에는 배를 타고 섬 여행을 하려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지기도 한다. 땀을 흘리며 산을 오르고 가슴을 열고 바닷길을 걷는다. 자연 속에 안겨 거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듣고 그 질서를 자기의 것으로 받아들이려는 것이다. 청정한 정신을 지니고 마음을 편안하게 유지하는 일이야말로 삶을 즐기는 태도일 것이다.

    나도 쉬는 날이면 산을 오르내린다. 등산이 유일한 운동이요,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무학산 서쪽 끝자락에 서 있는 대곡산에서 무학산으로 이어진 아기자기한 능선 길을 마산 시내를 내려다보며 걷는다. 정상에서 펼쳐지는 풍광도 아름답지만 바다 위에 떠 있는 섬들을 바라보는 조망이 일품이다. 비가 오거나 산기슭에 안개가 내려앉는 날은 신비스런 운치를 느낄 수 있다. 산은 멀리 있는 것이 좋고, 등산은 유명한 산을 가야 하는 것도 결코 아니다. 소중한 것도 가까이 있으면 그 소중함을 잊는 것이 사람이다. 근교의 산을 찾아 자연의 맛을 익히며 마음을 닦고 수련을 통해서 내 모습을 가꾸어간다. 이것이 산이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자연은 나무와 물과 흙과 바위로 이루어진 단순한 유기체가 아니다. 그것은 커다란 생명체이며 시들지 않는 영원한 품이다. 일상과 자연을 오가며 조화와 균형을 잡아 나가는 삶이야말로 진정으로 건강한 삶이 아닐까.

    송신근(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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