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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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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영화 감상 피서를 위한 꿀팁- 최정은(김해문화재단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장)

  • 기사입력 : 2020-08-10 20: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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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러분은 영화를 볼 때 어떤 측면에 가장 관심을 두시나요? 눈앞에 쏟아지는 이미지, 아니면 영화 속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인가요? 어쩌면 배우의 연기일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영화에 대한 관객 평은 대부분 이미지보다는 내러티브에 관한 것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볼거리는 많지만 이야기가 너무 단순하다거나 사건 전개의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들이죠. 여러분은 영화에서 극적이고 치밀하게 짜인 이야기를 기대하십니까? 그렇다면 영화보다는 소설을 읽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사실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화면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이는 감독과 제작진에게 그러한 비난은 어쩌면 상당히 섭섭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영화에 있어서 이야기 즉 내러티브는 영화를 구성하는 두 개의 축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관객들은 이미지보다는 내러티브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 탄생으로부터 스펙터클한 오락적 볼거리로 출발했던 영화에 내러티브가 도입된 것은, 영화를 유료 상영하게 되면서 상영 시간이 길어졌는데 그 긴 시간동안 관객들을 지루하지 않게 붙잡아 두기 위해서였습니다. 영화는 내러티브로서의 문학보다는 이미지로서 미술의 계보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지요. 영화 카메라는 화가들이 원근법적인 3차원의 환영을 정확하게 그리기 위해 고안해 낸 ‘카메라 옵스큐라’라는 장치로부터 나온 것이고요. 현실을 그대로 재현해 내고자 하는 인간의 열망은 회화와 조각과 같은 미술로부터 사진과 영화로 옮겨져 더욱 완벽하게 실현되어 왔습니다.

    각각의 영화들은 영화의 중요한 요소들인 이미지와 이야기 등에 있어 어떤 특별한 스타일들을 가지고 있는데요. 영화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그 영화의 스타일을 알고 그 스타일이 중시하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감상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면 영화의 스타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허구적 극영화의 스타일은 크게 사실주의, 고전주의, 형식주의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고전주의는 우리가 흔히 보는 헐리우드식 주류 영화의 방식인데요. 갈등이 점차 고조되다가 클라이맥스를 이루고 마지막에 갈등이 해소되는 방식의 기승전결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습니다. 편집, 촬영 등에 있어 정형화된 관습적 규칙에 따라 즐길 수 있는 오락적인 이야기가 전개되며 대중적 취향에 잘 맞추어져 있습니다.

    사실주의는 영화가 현실세계를 비추는 거울처럼 보이게 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가능한 인위적인 영화적 조작들을 피하고, 가능한 편집도 자제하고, 클로즈업도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클로즈업이란 배우의 감정을 전달하거나 특별한 내용을 강조하기 위한 감독의 의도가 담기는 것이지 때문이지요. 음향, 조명, 앵글 등도 인위적인 조작보다는 자연스러운 기법을 사용합니다. 내러티브 역시 고전주의에 비해 매우 느슨하고, 곁가지 치는 이야기들이나 작은 에피소드 식으로 뚜렷한 갈등이 고조되지 않고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형식주의는 영화의 소재를 조작, 왜곡, 재구성하여 형식과 기교를 강조합니다. 촬영, 편집, 카메라 움직임, 영화의 세트 등을 드러내어 강조합니다. 그래서 회화적이고 인상적인 화면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형식주의는 내러티브 측면에서도 고려될 수 있는데요.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서 시간을 재배열하거나 서로 다른 가능세계를 모두 보여주기도 하고, 여러 사람들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서술함으로써 사건의 전말을 조명하는 방식 같은 특이한 플롯구조를 가진 영화들도 있습니다.

    고전주의 영화에 전형적인 박진감 넘치는 기승전결의 플롯을 사실주의나 형식주의 영화에서 기대한다면 그 영화는 무척 재미없게 느껴지겠지요. 형식에 치중한 영화에서는 그 영화가 한껏 뽐내고 있는 화려한 영화적 기량에, 사실주의 영화에서는 그 영화가 적시하고 있는 현실적 문제의 본질 등에 초점을 맞춰 감상한다면, 그 영화는 훨씬 더 볼 만한 것이 될 것입니다.

    최정은(김해문화재단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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