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9월 26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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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39) 분발도강(奮發圖强)

- 떨쳐 일어나 강하게 되려고 노력하다

  • 기사입력 : 2020-08-04 07:5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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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자(孔子)께서 위(衛)나라의 광(匡)이라는 지방을 지나가는데, 그곳 사람들이 죽이려고 했다. 노(魯)나라 양호(陽虎)가 그 이전에 그곳 사람들에게 포학하게 굴었는데, 공자의 용모가 그와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공자는 “유학을 일으켰던 주(周)나라 문왕(文王)께서 이미 돌아가셨으니 유학을 계승할 책임이 나에게 있지 않겠는가? 하늘이 이 유학을 망치려고 한다면 내가 유학의 전승에 참여할 수 없겠지만, 하늘이 이 유학을 망치려고 하지 않는다면 광 지방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했다. 자신의 생명의 위험을 느끼는 그 순간에도 공자는 자신의 안위보다 유학의 전승 발전에 대한 사명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주자(朱子)가 만년에 권력자 간신 한탁주(韓胄)를 비판하다가 호되게 되말려, 그 학문은 위학(僞學:거짓 학문)으로 몰리고 그 추종자들이 주자의 목을 베어야 한다고 상소하기에까지 이르렀다. 관직을 삭탈당하고 강학을 못하게 금지시켰다. 그래도 주자는 조금도 개의치 않고 계속 강학을 하고, 글을 짓고, 밤에 편안히 잠을 잤다.

    남명(南冥) 조식(曺植) 선생이 아홉 살때 위독한 병에 걸려 어머니가 죽을까봐 애를 태웠다. “하늘이 반드시 소자에게 부여한 임무가 있어 어린 나이에 죽지는 않을 것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라고 하면서 어머니를 위로했다.

    유명한 국문학자 양주동(梁柱東) 박사는 원래 영문학 교수였다. 1930년대에 일본인 소창진평(小倉進平)이 신라 향가를 처음으로 연구해서 해독해 내는 것을 보고는 “우리 조선이 일본한테 주권과 영토만 빼앗긴 것이 아니라 이제 학문마저 빼앗기는구나!”하고 탄식했다. 영문학 연구는 일단 뒤로 미뤄두고 잠을 안 자고 향가를 연구했다. 곧 심한 폐렴에 걸려 열이 40도가 넘었는데 모두가 죽을 것으로 알았다. 그때 양 박사는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하늘이 우리나라 문학을 망치려 하지 않는 한 이 양주동은 죽지 않는다!” 학문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자 피맺힌 절규였다. 기적 같이 폐렴은 완치돼 향가를 올바르게 해석해냈고, 일본인의 학설은 대부분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밝혔다.

    지난 6월 필자는 암 판정을 받았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았다. 그런데 자신이 생각해도 이상하리마치 두려움이나 걱정보다도 “아직도 한문 공부를 더 해야 하고 더 연구해서 밝힐 것도 많이 남아 있고 한문을 읽을 수 있는 후속세대를 많이 양성해야 하는데 하늘이 나를 이렇게 갑자기 불러가기야 하겠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 염증으로 최종 판정이 나서 다시 한문 공부를 할 수 있게 됐다.

    장자(莊子)의 말에 “슬픈 것으로 마음이 죽는 것보다 더 큰 것이 없다(哀莫大乎心死)”라는 말이 있다. 살다 보면 어려운 일이나 다급한 일을 당할 수가 있는데, 이때 마음이 무너지면 몸도 따라 무너지게 된다. 굳건한 마음으로 떨쳐 일어나 더 강하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

    * 奮 : 떨칠 분. * 發 : 필 발.

    * 圖 : 그림 도, 도모할 도. * 强 : 강할 강.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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