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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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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니 더 좋은, 시 그리고 사진

조해훈 시집 ‘내가 낸 산길’
지리산서 농사하며 쓴 시…사진도 수록
황시언 디카시집 ‘암각화를 읽다’

  • 기사입력 : 2020-08-03 08: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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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아름다운 시와 그에 어울리는 사진을 함께 감상한다면 시를 읽는 기쁨도 두 배가 될 것 같다. 여기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읽는 새 시집 두 권을 만나보자.

    ◇조해훈 시집 ‘내가 낸 산길’

    지리산 화개동에서 차농사를 지으며 ‘청학동’으로 인식되던 불일폭포에 다니는 걸 낙으로 삼고 있는 시인 조해훈이 새 시집 ‘내가 낸 산길’을 펴냈다. 시편마다 실려 있는 문진우 사진작가의 흑백사진은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시의 생명력을 더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번 시집은 시인이 지난 2017년 봄 지리산 화개골 쌍계사 위 목압마을에 들어가 녹차농사를 지으며 쓴 시들을 모아 엮은 것이다. 4부로 나눠진 시집엔 화개골의 자연, 주민들의 생활모습, 계절의 변화, 차산에서 농사일을 하는 일상 등이 담겨 있으며, 한국전쟁 당시 화개골에서 있었던 빨치산과 관련한 이야기도 있다.

    ‘차산에서 일을 하고 천천히 내려오다 뒤돌아본다 한 사람만 다니는 실뱀 같은 산길이 꼬불꼬불 나를 따라 내려오고 있다 몸뚱이에 희뿌연 칠을 한 채, 일 년 내내 뒷짐 지고 낫 한 자루 들고 조용조용 오르내렸으니 내가 살아온 흔적 같다 와락 슬픈 내 모습이란 생각 들어 서서 맞은 쪽 황장산과 용강마을 바라보니 산의 소리들, 울음소리 들린다’ -(‘내가 낸 산길’ 일부).

    시인의 시편들은 지리산 화개골의 현재 및 과거의 역사를 소묘하듯 그리고 있다. 또 사람이든 동물이든 간에 그들의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저간에 깔고 있음도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50편의 시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것이 차산에서 일하는 모습과 찻잎을 따 제다하는 과정을 읊은 내용이다.

    시인은 현재 화개골에서 목압서사와 목압고서박물관, 목압문학박물관을 운영하며 화개골 주민들과 함께 역사, 인문학 등 다양한 공부를 하고 있다.

    ◇황시언 디카시집 ‘암각화를 읽다’

    함안 출신으로 지역에서 활동 중인 황시언 시인이 디카시집 ‘암각화를 읽다’를 펴냈다.

    이번 시집은 1부 ‘봄날 오후’ 외 21편, 2부 ‘상족암, 암각화를 읽다’ 외 21편, 3부 ‘드릴 말 대신’ 외 21편, 4부 ‘상강 무렵’ 외 21편 등 88편의 디카시와 차민기 문학평론가의 ‘세상을 쓰다듬는 시인의 전언(傳言)’이라는 디카시집 해설이 실려 있다. 황시언 시인은 디카시의 초기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디카시를 창작해 오고 있고, 그 작품들의 수준 또한 으뜸의 영역에 고르게 편재돼 있다.

    ‘쥬라기 전설을 새긴 발톱의 흔적들/켜켜이 쌓여/해변의 도서관이 되었다/비 오는 날이면 파도는 책장 청소로 분주하다’ -(‘상족암, 암각화를 읽다’ 전문)

    전 창원문인협회장 공영해 시인은 “미림, 황시언의 아름다운 말의 숲을 나는 거닐기를 좋아한다. 내가 만난 미림의 디카시 속엔 채색된 은유의 비늘들이 파닥이고 있었다. 시편마다 번뜩이는 직관의 서정 앞에 전율하기도 했다. ‘봄소식’, ‘밍겅 읽기‘, ‘세월호’, ‘기다림’, ‘햇빛만의 권리’, ‘그렁그렁’, ‘추수’, ‘생의 고비’ 등에서 피워낸 사랑과 그리움을, 허무와 눈물과 애증, 그리고 조화로운 언어의 고귀함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엄마’에 대한 미림의 사랑은 애틋해 눈물겹다. 명쾌한 촌철살인, 디카시의 진수를 여기서 만난다”라고 말했다.

    해설을 쓴 차민기 문학평론가는 “이번에 디카시 첫 시집을 펴내는 황시언 시인은 디카시의 출발점에서부터 지금까지, 그 누구보다 열성적이고 꾸준한 활동을 해 온 시인이고, 또 수준 높은 작품성으로 디카시의 내실을 다지는 데 누구보다 많은 기여를 한 시인일 것이다. 그래서 그의 디카시를 찬찬히 살피는 일은 디카시의 역사를 되짚는 일이며, 디카시의 미래를 내다보는 일이 될 것이다”고 전했다.

    김종민 기자 jm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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