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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다시 따뜻한 공동체를 위하여 - 박재범 (시인)

  • 기사입력 : 2020-07-30 21: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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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재범 시인
    박재범 시인

    달라이 라마는 ‘당신은 행복한가’에서 말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차이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언제나 서로에 대한 존경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모두가 인간의 존엄성을 가진 존재입니다. 그 근본적인 차원에서 누구나 존경받을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이것은 불변의 진리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가. 점점 더 사람답게 사는 일과는 멀어지고 있다. 지나치게 자본과 물질에 지배되면서 사회 전반에 인간적 가치나 도의가 추락하고 정의와 배려가 사라져간다. 사람이 사람으로 존중받아야 하는 ‘불변의 진리’가 위태롭다.

    비정규직과 이주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비인도적 처사가 끊이지 않는다. 열악한 작업환경으로 인한 산재 사고 사망자는 2019년 한 해에도 800명을 넘었다. 아동과 여성을 상대로 끔찍한 성착취 범죄가 자행되고, 접촉 사고 처리가 먼저라며 응급환자가 실려 있는 구급차를 가로막고 보내주지 않은 운전자도 있었다.

    이제 갓 스물을 넘긴 철인3종 운동 선수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괴롭혀 죽음에까지 이르게 했는데, 더 심각한 일은 아무리 호소를 해도 누구도 진정성 있게 대응한다거나 도와주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일부 재벌가의 천박한 갑질도 반복되고 있지만 그들은 사람이 사람에게 함부로 하는 잘못을 저질러도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려나 번번이 대한민국에서 자본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 것인지를 각인시켜준다.

    이처럼 인간의 존엄성이 함부로 짓밟히는 일들은 사회 구석구석에서 일어나고 있고, 자본의 힘에 학습된 개인들은 극심한 생존 경쟁 속에서 학벌, 인맥, 처세력 쌓기에 집착하게 된다. 의미 있는 삶을 위한 성찰이나 사회적 도의에 대한 고뇌가 버겁다.

    이제 더 늦기 전에 우리 사회는 너무 오랫동안 무너져 내린 사람다운 삶을 위한 인간적 가치들을 회복하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내기 위한 법과 제도를 통한 실효적 개선과 함께 고사 위기에 처한 ‘인문 정신’을 되살리는 일이 중요하고 시급하다.

    ‘인문’의 본질은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가장 소중히 여기는 생각이고 마음이며, 그것이 실제 삶에서 구현되게 해 주는 원천이다. 그것은 온갖 풀꽃들을 각기 제 모습대로 살아 움직이게 하는 저 강가의 바람과 햇살 같은 것이다. ‘인문’이 죽은 토양에서 아름다운 인간의 삶은 피어날 수 없다.

    우리 사회가 다시 사람 사는 따뜻한 삶의 공동체로 회복되기 위해서는 외면받고 있는 ‘인문의 힘’을 되살려 학문적 영역 안에서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공동체 안에서의 일상이 인문적 사유를 바탕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기획되어야 할 사회 대전환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인문’이어야 한다. 인간이 존엄을 지닌 정신적 존재임을 끊임없이 자각시키는 인문의 힘 없이는 우리 모두에게 진정한 미래는 없다.

    박재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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