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9월 25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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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지방의회 ‘자리싸움’ 해결책 없나

자리 욕심에 코로나로 고통받는 지역민 뒷전
의장단 선거 등 갈등·파행 이어져
일정 보이콧 등 의정 차질 불가피

  • 기사입력 : 2020-07-26 21: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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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도의회와 도내 일부 지방의회가 후반기 의장단 선거를 시작으로 갈등과 파행을 이어가고 있다. 의장단 후보 선출부터 의장단 투표, 상임위 구성 등을 통해 발생된 당내 또는 교섭단체 간 갈등으로 원구성을 마무리하고도 잡음이 계속 일고 있는가 하면 일부 의회에서는 법적 다툼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갈등의 장기화는 의회 본연의 기능을 갉아먹기 마련이다. 의회 내 이슈가 집안싸움에 집중되면 코로나19 확산으로 파생된 지역의 경기침체와 고용불안, 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한 정책과 예산 집행 등 직면한 현안에 집중할 수 없다. 갈등을 제대로 봉합해 민생 등 관련 후반기 의정활동에 집중하는 한편 반복되는 다툼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23일 경남도의회 본회의장에서 김하용 경남도의회 의장 불신임 처리안이 대립 끝에 투표를 하지 못한 채 산회돼 본회의장이 텅비어 있다./김승권 기자/
    지난 23일 경남도의회 본회의장에서 김하용 경남도의회 의장 불신임 처리안이 대립 끝에 투표를 하지 못한 채 산회돼 본회의장이 텅비어 있다./김승권 기자/

    ◇표 이탈·부정선거 의혹… 도내 지방의회 갈등 양상은= 도내에서 후반기 의장단 구성을 놓고 시작된 갈등으로 의장단 구성 일정이 파행을 겪는 등 몸살을 앓은 곳은 경남도의회와 양산시의회, 함안군의회, 의령군의회, 김해시의회, 진주시의회 등이 있다. 의장 불신임안 제출부터 의원 또는 정당간 고소·고발, 의회일정 보이콧 등 곳곳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경남도의회는 의장과 2명의 부의장, 상임위원장 자리를 양당이 나누고 각 당이 단일 후보를 정해 선거에 나선 전반기와 달리 민주당 몫의 의장과 제1부의장에 당내 경선을 거치지 않은 후보가 등록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의원총회를 통해 당에서 추대한 후보에 투표할 것을 당론으로 정했지만 결국 이탈표가 나와 독자적으로 나선 의장과 제1부의장이 당선됐고, 이 여파로 양당 합의도 깨지면서 나머지 제2부의장, 상임위원장 선거까지 영향을 끼치며 파행을 거듭했다. 최근 민주당 의원들의 주도로 김하용 의장 불신임안이 제출됐으나 투표방법을 두고 무기명, 기명으로 해석이 갈려 결국 보류됐다.

    이탈표로 갈등을 겪는 또 다른 곳으로는 진주시의회가 있다. 통합당과 민주당 후보가 동표를 얻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민주당에서 이탈표가 발생해 통합당 후보가 의장으로 당선되자 민주당 의원들이 일제히 반발했다. 당선된 이상영 의장이 전반기 민주당 소속으로 부의장을 지내며 당과는 다른 독자행보를 몇차례 보인 터라 반발이 더욱 거셌고 이후 통합당이 상임위원장까지 독식하려는 시도를 하면서 갈등이 더욱 심화됐다.

    양산시의회에서는 통합당 의원들이 부의장 1차투표서 이탈한 표를 찾기 위해 2차투표서 기표한 투표용지를 같은당 소속 감표위원에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와 관련 민주당 의원들이 통합당 의원 전체를 검찰에 고소했다.

    김해시의회는 통합당 몫의 부의장 선출 과정에서 민주당이 통합당이 정한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를 뽑은 데 반발하는 등 내홍이 있었고 함안군의회는 민주당과 통합당 후보의 표가 5대 5로 나온 상황에서 민주당 후보의 2표가 무효처리돼 통합당 의원이 당선되자 민주당 의원들이 반발, 이후 파행을 겪으며 아직까지 의장단 구성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의령군의회에서는 통합당 후보가 당선된 것과 관련 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지며 의혹을 받은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여는 등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경찰 고발에 의사일정 보이콧까지… 의정활동 차질 불가피= 갈등의 양상은 다양하지만 결국 갈등이 표출되고 있는 지방의회 모두 후반기 의정활동에 차질을 야기한다는 부분에서는 동일하다. 갈등은 의원 간, 정당 간 법적 다툼 또는 의회일정 보이콧, 원구성 파행 등으로 계속 표출되고 있다. 결국 내부적인 다툼으로 인해 지역민을 대변해 집행기관을 감시·감독하는 등 의회 본연의 기능이 외면되고 약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도의회의 경우 의장단 구성 이후 상임위 배정 과정에서 김하용 의장과 송순호 교육위원장의 의견 대립이 발생했고, 이를 항의하는 과정에서 고성과 욕설 등이 오가 자리에 함께 있던 장규석 제1부의장이 송 의원을 모욕죄로 고소했다. 이에 송 의원도 현장에서 핸드폰으로 녹음한 파일을 도의원 단체 채팅방에 공개했다는 이유로 장 부의장을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했다.

    양산시의회에서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투표과정서 감표위원에 투표용지를 보여주는 행위를 했다며 통합당 소속 의원들을 고소했다. 양산시의회는 이후에도 상임위구성안이 계속해서 찬성 과반이 안돼 원구성과 상임위원장 선출 등 일정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함안군의회의 경우 민주당 의원들이 의장당선무효확인과 의장직무집행정지가처분 소송장을 접수했고 이후 일체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나머지 의장단 구성 일정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운영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원구성 이후 열린 후반기 의사일정에도 곳곳에서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진주시의회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당적을 바꾸고 당선된 이상영 의장에 반발하는 의미로 본회의에 불참했다. 김해시의회 통합당 소속 의원들도 부의장 선거 결과에 반발해 의사일정을 거부했다. 이로 인해 지난 13일 열린 제230회 임시회에 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하며 후반기 의회가 반쪽짜리로 개회했다.

    김하용(오른쪽) 경남도의회 의장 불신임안이 본회의에 상정된 지난 23일 김하용 의장이 더불어민주당 송순호(앞) 의원과 인사를 하지 않고 의장석으로 가고 있다.
    김하용(오른쪽) 경남도의회 의장 불신임안이 본회의에 상정된 지난 23일 김하용 의장이 더불어민주당 송순호(앞) 의원과 인사를 하지 않고 의장석으로 가고 있다.

    ◇반복되는 갈등 원인은= 의장단을 둘러싼 지방의회의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6년 의령군의회에서는 전반기 의장과 하반기 의장을 나눠먹기로 약속한 ‘혈서각서’ 전문이 공개됐고 같은해 창녕군의회는 의장 선거에 금품 살포 건으로 현역의원을 검찰이 체포·압수수색하기도 했다.

    특히 2018년 지방선거로 탄생한 지방의회서 유독 갈등이 거셌던 것은 앞선 2017년에 치러진 대선 효과로 보수색이 짙던 경남지역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고, 그 결과 지방의회 구성에도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경남도의회는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다수당을 이뤘고 현재 갈등을 겪고 있는 진주시의회와 함안군의회, 양산시의회 등은 민주당과 통합당의 수가 동일하거나 1석 정도의 차이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그간의 인재영입, 인재육성 등 지역 정당정치의 근간이 뒷받침되지 못했다. 진성당원이 아닌 진보정당, 보수정당 출신 인사들이 대거 영입되면서 덩치만 커진 탓에 정당정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결과적으로는 정당정치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선거에서 수적으로는 승리했지만 각 의회에서 당론을 위배하거나 이탈표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표출된 것이다.

    특히 이 같은 의장단 구성 갈등은 후반기에 더욱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 선거를 막 끝내고 새롭게 구성된 전반기와 달리 후반기는 2년간 의장활동을 거치며 의원 개인이 색이 드러나기도 하고 2년 뒤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공천 등 셈법이 더욱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전망과 대책= 지방의회 내 갈등이 쉽게 일단락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경남도의회를 비롯해 갈등이 법적다툼으로까지 비화된 경우는 법적다툼과 그 결과 도출까지 오랜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말 그대로 싸움만하다 임기가 끝날 가능성도 크다.

    전문가들은 반복, 심화되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주의 정당체제를 극복하고 정당정치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하는 인재 영입과 육성 등 지역 내에서의 정당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조재욱 경남대 교수는 “인재영입에 대한 부작용은 중앙정치보다 지방정치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당에서 제대로 키운 젊은 인재들처럼 이후 치를 선거에 대한 셈법이 없이 정치에 뛰어들 수 있는 인물이 많아야 한다. 그걸 바탕으로 정당의 힘을 키우고 정당정치의 바탕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지방의회의 갈등으로 결국 견제와 감시라는 본연이 기능이 완전히 사라지게 되고 결국 의회 존립까지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송광태 창원대 교수는 “국회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지방의회가 답습한다는 느낌이다. 기존 의회가 견제·감시를 위해 구축해 놓은 관습, 관행들도 완전히 무너졌다. 지방의회의 기능, 권위가 떨어지면 결국 지방의회 무용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회 자율의 기능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집행부를 견제할 수 있는 원구성의 틀이 어느 정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회 본연의 기능은 상임위 중심 활동이 집중된다면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조재욱 교수는 “학생인권조례 등 일부 예민한 사안들 외 예산과 조례를 심사하는 기능은 상임위 중심으로 계속해 의회 본연의 기능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앞서 부산경남지역 시민단체인 부산경남미래정책은 지방의회별 의장의 당적이탈 및 교섭단체 간 의석수에 근거한 의장단 배분을 명문화한 조례 제·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부산경남미래정책은 “국회법 제20조의 2를 준용한 의장의 당적 보유 금지 조항 도입, 의석수에 근거한 교섭단체 간 의장단 배분을 경남지역 지방의회에 공통된 내용으로 조례 제·개정 통해 삽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혜 기자 j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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