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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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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문화도시’의 길- 권경우(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부장)

  • 기사입력 : 2020-07-16 20:2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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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도시’ 사업 공모 마감이 7월24일로 다가왔다. 현재 전국에서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문화도시 사업을 준비하면서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2018년 처음 시작된 ‘문화도시 사업’은 2022년까지 30개 문화도시 선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첫해에는 ‘예비문화도시’로 지정되고 1년간의 활동을 바탕으로 ‘법정문화도시’로 최종 선정되면 5년에 걸쳐 최대 200억원(국비와 지방비 매칭 각 50%)이 투입된다. 올해에는 작년 말 법정문화도시로 선정된 7개 지자체(부천·원주·천안·청주·포항·영도(부산)·서귀포)가 사업을 시작했으며, 10개 지자체가 예비문화도시로 추가 선정되었다.

    그렇다면 전국의 지자체와 지역문화재단이 이처럼 문화도시 사업에 집중하는 것은 왜일까? 일단 법정문화도시로 선정되면 5년이라는 기간 동안 사업 예산을 충분히 확보함으로써 중장기 계획을 가질 수 있다. 열악한 지방 재정을 고려할 때 문화 관련 예산은 항상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이 사업은 충분한 매력을 갖는다. 다음으로 기초생활권 차원에서 문화 영역은 시민들과 직접 대면하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정치인으로서 자치단체장 입장에서 괜찮은 손익계산이 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지역문화재단 설립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현재 전국적으로 약 100여 개 내외의 지역문화재단이 설립되어 있고, 그중 기초문화재단은 설립과정에서 많은 반대에 부딪히거나 설립 이후에도 재단의 방향과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 점에서 문화도시 사업은 지역사회에서 재단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확실한 근거가 될 수 있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전국의 모든 지역이 ‘문화도시’가 되는 것은 지극히 바람직하고 좋은 일이다. 그것은 문화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의 궁극의 꿈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지금 진행되고 있는 문화도시 사업에 대해서는 검토와 대안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과열 양상과 대응에 대해서는 문체부 차원에서 근본적으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지나친 경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문체부가 공모 절차나 사업 실행을 더 세밀하고 빡빡하게 만들어가는 것은 옳은 방향이 아니다. 오히려 이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하고, 그 과정이 잘 드러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 공모과정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이는 하향식의 일방적 공모 방식이 아니라 상향식 공모의 모델을 고민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지역사회가 작은 공간과 사례, 사람이 얽히고설킨 곳이기 때문에 개별적인 사업으로만 접근하면 갈등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의 사례는 민관 영역의 다양한 주체들이 이미 많은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그 공간과 주체와 사례들을 어떻게 지역문화예술생태계 차원에서 연결하고 꿸 것인가 하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역사와 문화 자원이 이야기가 되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콘텐츠로 생산될 수 있어야 하고,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은 ‘사업’을 위해 잠시 지역에 머무는 이들이 아니라 지역문화 활동의 실질적인 주체이어야 할 것이다. 이런 것들이야말로 문화도시의 성과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나쁜 사례는 걸러야 한다. 지역사회 네트워크는 무시한 채 공공기관 중심으로 ‘문화도시’를 주도하거나, 외부 전문가 중심의 문화도시 사업을 상정하는 경우이다. 이것은 애초에 지속가능한 도시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문화도시 사업의 목표와도 맞지 않는다.

    ‘문화도시’는 ‘예술도시’와는 다르다. 문화도시는 도시의 체질이 ‘문화적으로’ 바뀔 때 가능하다. 지역축제가 늘어난다고 되는 것도 아니며, 대형공연장이 들어선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문화도시는 목표선에 도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길을 걸어가는 과정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그것은 시민들이 자신들의 삶의 공간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를 담고, 다양한 역사와 문화로 축적된 시간의 켜들이 사라지지 않고 미래의 유산으로 남을 수 있도록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권경우(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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