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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의좋은 형제- 허철호(취재2국장)

  • 기사입력 : 2020-07-15 20: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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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도 자식 낳아 봐라.”

    나이가 들면 저절로 알게 되는 것들이 많다. 그중에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그전까지는 몰랐던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예전 내 아버지는 나와 형·누나들에게 학비가 싼 국립대학에 가면 학비를 대주겠지만 사립대학은 지원하지 않겠다고 하셨다. 아버지 말씀대로 6남매 중 대학 진학을 하지 않은 큰형과 큰누나를 제외하고 막내인 나를 포함해 4남매는 모두 국립대학에 진학했다. 작은형은 두 곳의 4년제 사립대학에 합격했지만, 등록을 포기하고 국립인 2년제 전문대학에 갔다. 당시 3남매가 모두 사립대학에 진학한 친구가 참 부러웠다.

    세월이 흘러 내가 두 딸의 아버지가 되고 보니 내 아버지가 정말 위대해 보였다. 자식 두 명을 공부시키는 것도 버거운데, 자식 여섯 명을 공부시키려고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셨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전문대학에 진학한 작은형이 그 후 공무원이 된 후 4년제 국립대를 거쳐 전에 합격하고도 가지 못했던 사립대의 대학원까지 졸업하자, 아버지는 형에게 “고생했다”며 “내가 그때 돈이 많았다면 널 이렇게 고생시키지 않았을 텐데”라고 하시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는 늘 “형제간에는 아무리 어렵더라도 돈거래는 절대 하지 말고, 여력이 된다면 돌려받으려 하지 말고 그냥 주라”고 하셨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 부부가 남긴 유산을 두고 차남인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과 삼남인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두 아들이 분쟁을 벌이는 유산은 감정가액 32억원 상당의 서울 동교동 사저와 노벨평화상 상금 중 남은 8억원 등 40억원대란다. 배다른 형제인 이들은 이희호 여사가 생전 삼형제의 동의 아래 작성한 유언장을 놓고 서로 다른 주장을 했고, 이 과정에 유언장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동안 재벌집안 등에서 재산과 경영권을 두고 형제간에 숱하게 다툼을 벌였고, 이 과정에 이들은 남보다 못한 가족이 되기도 했다. 가족 간에 재산을 놓고 다투는 모습을 돌아가신 부모가 살아서 보고 있다면 마음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들의 부모는 다툼의 원인이 된 재산을 남겨둔 것을 후회하거나, 피보다 진한 돈의 위력 앞에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까.

    ‘옛날 한 마을에 농사를 지으며 사는 형제가 있었는데, 가을이 되자 형제는 추수를 한 후 각자의 논에 볏단을 쌓아 놓았다. 형은 동생이 결혼해 새로 살림을 나 쌀이 더 필요할 거라고 생각해 밤중에 논으로 가서 자기의 볏단을 가져가 동생의 볏단에 쌓아 놓았다. 그날 밤 동생은 형이 식구가 많으니 쌀이 더 필요할 거라고 여겨 자기 볏단을 형의 볏단에 쌓아 놓았다. 다음 날 논에 간 형제는 깜짝 놀랐다. 분명히 지난밤에 볏단을 옮겨 놓았는데 자신들의 볏단이 전혀 줄어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후 형제는 밤에 논에서 서로 볏단을 옮기다가 만나 얼싸안았다. 이 모습을 하늘에서 달님이 웃으면서 보고 있었다.’

    ‘의좋은 형제’라는 제목으로 예전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이야기이다. 고려말~조선초 충남 예산군에 살았던 이성만·이순 형제의 실제 이야기란다. 의좋은 형제의 모습은 달님을 웃게 만들었지만, 이 모습을 보고 달님보다 더욱 기뻐했을 사람은 이들 형제의 부모였을 것이다. 재산 다툼으로 부모를 눈물짓게 만드는 형제들이 의좋은 형제 이야기를 읽어 봤으면 한다. 가족의 평화를 위해 다툼의 원인인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는 것도 좋을 듯하고.

    허철호(취재2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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