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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역사속의 데이트 폭력- 노원기(마산동부경찰서 형사5팀장·경위)

  • 기사입력 : 2020-07-15 20: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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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례1. 고구려 대무신왕의 아들 호동왕자가 낙랑국을 정벌하기 위해 자신을 사랑하던 낙랑공주에게 자명고를 찢게 만든 후, 군사를 일으켜 낙랑국을 정벌했다.

    사례 2. 백제 무왕은 임금이 되기 전 신라 진평왕의 딸 선화공주가 아름답다는 소문을 듣고, 서라벌의 아이들에게 자신이 지은 서동요(‘선화공주가 몰래 남자친구를 사귄다’는 내용의 노래)를 부르게하여 궁궐에서 내쳐진 선화공주와 결혼에 성공했다.

    사례 3. 신라 장군 김유신은 젊은 시절 천관녀와 사랑에 빠져 화랑도 수행을 게을리했고, 이를 알게된 김유신의 어머니가 김유신을 꾸짖자 다시는 천관녀와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김유신이 술에 취해 말을 타고 가는데 말이 습관대로 천관녀의 집 앞에 이르자 정신이 든 김유신이 칼로 말의 목을 베어버리고, 훗날 삼국통일의 주역이 된다.

    위 사례들은 삼국시대 우리 역사에 기록 또는 설화로 전승된 우리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나,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사례1은 형법상 강요죄, 사례2는 형법상 명예훼손죄, 사례3은 형법상 특수협박죄에 해당하여 이 모두가 ‘데이트 폭력’이다.

    과거에는 데이트 폭력이 사랑싸움과 같이 치부되어 당사자들이 해결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으나, 수년 전부터는 ‘안전 연애’, ‘안전 이별’과 같은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국가와 사회가 개입해야 할 심각한 사회현상으로 변모했다.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참아야지’, ‘폭력성만 없으면 정말 좋은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용서해 줘야지’라는 생각으로 관계를 지속한 결과 심각한 고통으로 다가왔다는 것이 데이트 폭력 피해자들의 뒤늦은 후회이다.

    대한민국 경찰은 데이트 폭력 가해자에 대해 엄정히 수사해 사법처리하는 것은 물론이고, 데이트 폭력 피해자의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맞춤형 신변보호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스마트 워치 제공, 임시숙소 마련, 112시스템에 긴급신변보호대상자 등록, 신원정보 변경 지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는 2차 피해가 우려되는 현실에서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피해자가 마냥 피해다니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이다.

    한편, 클레어 우드라는 여성이 스토킹, 납치 등 전과자였던 남자친구 조지 애플턴에게 살해 당한 뒤, 2014년 영국에서 도입된 연인의 전과를 조회할 수 있는 가정폭력전과공개제도, 일명 ‘클레어법’ 도입에 대해서도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

    집착과 사랑은 구별해야 한다. 연인은 아끼고 사랑하고 지켜줘야 할 대상이지 내가 연인의 모든 부분에 대해 간섭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집착에 불과하다.

    노원기(마산동부경찰서 형사5팀장·경위)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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