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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코로나19와 집회·시위 문화의 변화- 권현택(김해서부경찰서 경비작전계장·경감)

  • 기사입력 : 2020-07-14 20: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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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한해도 반년이 지나가고 있는 지금, 코로나19 감염병이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바이러스의 전염성과 전파력이 강해 철저한 주의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다고 본다.

    코로나19 유행을 막아내기 위해 방역 당국은 가급적 많은 사람이 모이는 밀집한 행사나 집회는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이제는 생활방역이란 이름으로 생활속 거리두기가 일상생활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특정 집단 및 단체의 집회와 시위는 증가 추세를 보이며 장기화하는 경향이지만, 과거 권위주의 시대와 달리 물리적 충돌이나 폭력적 사태는 자중하며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연출 기획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코로나19 유행 속에 집회시위 문화도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집회 참가자는 방역수칙 준수라는 명제에 따르기 위해 참가자들 사이 간격은 물론 마스크 착용 등으로 불필요한 물리적 접촉은 피하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이슈화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집회와 시위 문화가 코로나19로 인해 과격 폭력적 행태가 사라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이에 반해, 일부 단체는 인원 집결 집회보다는 방송차를 이용해 장시간 노동가 송출 등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집회 주최측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효율적 수단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집회가 진행 중인 장소 주변 주거지 주민들에게는 심각한 소음피해가 될 수도 있다.

    집회 인근 장소 아파트 거주자 중 임산부나 요양 중인 환자에게는 심한 스트레스로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집회 주최 측과 무관한 식당·학원 등 영업장에도 일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실제 경찰서 112상황실은 집회 소음피해와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전화가 빈발하고 있고, 국민신문고를 통해 개선 조치를 요구하는 사례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코로나19 유행으로 모든 국민이 불안감을 떨칠 수 없는 제한적 사회활동 분위기 속에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집회가 다수 국민들의 불편과 피해를 줄 수 있는 과도한 소음을 장시간 방출한다면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일반 시민 다수의 안녕과 공공성을 적절히 조화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고, 자신의 주장과 요구만을 내세우기보다 상대를 설득시킬 수 있는 논리와 근거를 토대로 타협점을 이끌어내는 집단지성의 지혜를 모색하는 길이 더욱 세련된 시민의식이 아닐까.

    이쯤에서 우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건국 이념이자 부족들의 생활 철학인 ‘우분투 정신(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 함께하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을 교훈으로 되새겨 봤으면 좋겠다.

    권현택(김해서부경찰서 경비작전계장·경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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