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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4차산업혁명시대 공무원의 자세- 이종구(김해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20-07-14 20: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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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무원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은 뭐가 있을까? 어떤 이는 직업의 안정성 측면에서 ‘정년보장’을 떠올릴 것이고 노후가 걱정되는 이는 국민연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공무원연금’을 떠올릴 것이다. 또 그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어떤 이는 신문기사나 방송뉴스 등에서 많이 언급되는 ‘복지부동’, ‘무사안일’ 등 부정적인 단어를 많이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 행정 현장을 들여다보면 복지부동이나 무사안일한 자세로 일하는 공무원보다는 나름대로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공무원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 대표적 IT기업 중 하나인 NHN이 김해 부원동 일대에 5000억원 규모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조성키로 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이 소식을 들은 김해시민들은 대기업 유치를 적극적으로 반기면서도 “NHN 같은 IT 대기업이 지방에, 그것도 대도시인 부산이나 창원이 아닌 김해에 올 생각을 했을까” 하는 반응을 보였다.

    NHN이 경남으로 오기로 마음을 먹은 데는 김경수 지사를 비롯한 경남도의 노력이 컸다. 그러나 김해에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조성키로 결정한 데는 김해시 한 공무원의 노력이 결정적이었다. 김해시 스마트도시담당관 이현주 데이터융합팀장은 지난해 여름 무렵 경남도가 창원을 염두에 두고 NHN 데이터센터 유치작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우연히 알게 됐다. 이 팀장은 2017년부터 이 업무를 맡아오면서 NHN을 비롯 국내 데이터 관련 기업과 기관에 많은 인맥이 생겼고, 그들로부터 경남도가 NHN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려 한다는 정보를 얻게 됐다.

    그는 먼저 NHN에 연락해 창원뿐만 아니라 김해에도 기회를 줄 수 있는지 물어 ‘창원이든 김해든, 양산이든 동부경남이면 상관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어 경남도에 연락해 김해도 유치제안서를 내도 되는지 물어 ‘문제 없다’는 답을 얻었다. 이후 허성곤 시장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데이터센터 유치제안서 작업에 들어갔다. 그는 NHN이 동부경남을 데이터센터 적지로 생각하는 이유를 먼저 파악했다. 여러 경로로 경남은 전통적으로 제조업 강세지역이어서 제조데이터를 분석, 사업화하려는 NHN의 사업목적에 부합하는 곳이고, 동부경남은 부산과 가까워 NHN의 젊은 IT 인력들이 선호하는 입지라는 것을 알아냈다.

    이 팀장은 이러한 정보들을 기초로 유치제안서를 만들었다. 그는 우선 김해가 인구 56만명의 중도시에 평균연령 39.9세의 젊은 도시임을 강조했다. 이어 우수한 정주여건으로 인근 지역으로부터 꾸준히 인구가 유입되는 도시이고, 7500여 개의 기업체가 소재해 클라우드 서비스 비즈니스 창출이 가능한 도시임을 설명했다. 특히 김해는 인근에 공항이 있고 경전철이 지나고 있어 서울 부산 등 대도시와 쉽게 연결이 가능한 도시라는 점을 강조해 NHN로부터 최종 낙점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NHN이 경기도 판교에 이어 제2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김해에 조성키로 결정한 데는 이 팀장의 열정 외에도 경남도와 김해시 관련 부서 공무원들의 노력이 보태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그가 복지부동, 무사안일의 자세로 ‘괜한 일거리만 만드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으로, NHN 관련 정보를 흘려버렸다면 NHN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김해 조성 소식은 없었을 것이다. 이 팀장을 보면서 4차산업혁명시대 공직자의 자세를 떠올려봤다.

    이종구(김해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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