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이란 무서운 것인가 보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초기에는 모든 것이 낯설고 불편하기만 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반년 이상 계속되면서 이제 어디에 가나 마스크를 쓰고 손을 세정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었고 큰 불편함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대학 사회에서도 그랬다. 3월 온라인 강의가 시작되자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학생들은 학생대로 교수자들은 교수자대로 처음 시행되는 낯선 강의 형태가 불편하고 어색하기만 했다. 학생들도 온라인 강의의 질이 떨어진다며 불만을 토로하다 5월 들어 코로나19가 잠시 잠잠해지면서 대면 수업이 시작되자 이번에는 한 학기 내내 전면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는 학교들과 비교하며 너무 성급한 결정이 아니냐며 대면 수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렇게 우리의 생활 패턴과 몸에 배인 습관들이 점점 변하고 굳어지고 있다. 코로나 치료제나 백신 개발이 임박했고 곧 팬데믹 현상이 끝날 것 같은 분위기는 점차 사라지고 백신 접종 등을 통해 집단 면역이 생길 때까지 코로나19가 재발과 소강상태를 반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하고 놀고 소통하는 방식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변화에 적응하고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현재 초중고 및 대학에서 진행 중인 비대면 수업에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레 교육 효과가 낮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가질 필요가 없다. PC나 모바일 환경이 구축된 환경이라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강의를 듣고 학습할 수 있다. 또한 전 세계 자원과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면 훨씬 더 다양하고 높은 수준의 학습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간 학습 방식이 학생의 학습이나 실습 활동에 대한 교수자의 비평에 치중되었다면 이제는 교수자나 전문가가 직접 시연을 통해 기술을 전수하고 도출한 결과물을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얼마든지 공유하며 소통할 수 있다.

교육뿐만 아니라 취업시장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최근 기업은행과 같은 은행권, 서울시교육청, 중진공과 같은 공공기관들이 언택트 취업, 채용 박람회를 잇달아 개최하고 있다. 채용 주체들은 어수선한 현장 박람회보다 훨씬 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인재를 만나볼 수 있어 효율적이다. 지원자들도 더 많은 기업의 정보를 접하면서 편견 없이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어필할 수 있어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대학에서의 교육은 물론 취업, 채용 분야에서 새로이 도래한 비대면 문화를 잘 활용한다면 기존 방식보다 더 많은 기회의 창이 열려 있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은 이러한 기회를 적절히 활용하는데 필요한 양질의 콘텐츠와 교수자, 학생들의 의지가 얼마나 확보되어 있을까 하는 부분이다. 교실에서 하는 수업내용을 그대로 녹화해 일방적으로 올리고 학생들이 상호작용 없이 시청하는 형태의 온라인 수업은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다양한 상황에 대한 실습을 통해 실제 몸에 익히는 것이 필요한 분야의 경우 부작용이 더 심각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와 각 대학들은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과 같은 첨단기술을 접목해 이러한 단점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또한 질문, 답변, 피드백으로 이어지는 상호작용, 소속감, 협업, 소통능력 등 온라인 수업에서 자칫 소홀해질 수 있는 자질을 배양하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필요한 기술과 플랫폼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거나 개발 가능하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인식의 전환과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강기노(마산대학교 입학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