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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재벌총수는 왜 죄를 물을 수 없는가?- 강창덕(경남민주언론시민 연합 정책위원장)

  • 기사입력 : 2020-07-14 20: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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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6월 9일 서울구치소 앞에는 대한민국의 언론사란 언론사란 다 모였었다. 새벽 2시 42분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구속이 기각되면서 출소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한국 제일의 재벌총수가 구속을 모면한 순간을 언론이 기다린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이 높은 제일모직의 주식 가치는 부풀리고, 삼성물산의 주가를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합병 비율을 유리하게 조작했다.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사기 의혹도 이재용을 위한 의도적 분식회계였다. 검찰의 기소 내용이 사실이라면 자본시장의 질서를 흔드는 중대한 범죄다.

    삼성물산은 자산규모나 업종, 시장성을 볼 때, 제일모직보다 기업 가치가 월등히 높았다. 자산, 매출액, 순자산, 영업이익 등 어느 하나도 제일모직과 비교 대상이 안 될 정도로 높았다. 3대 기업범죄 축소판인 전무후무 분식회계→시세조종→뇌물→증거인멸로 이어지는 불법을 검찰이 기소한 것이다.

    그룹 총수를 살리기 위한 언론 플레이는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지난 5월 6일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사과는 경영에서 물러나지 않고, 경영권은 자신이 계속 갖되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다음 날 “경영권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발언을 보수신문과 경제지 1면 헤드라인에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포기’했다는 데만 집중했다. 이러한 발언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다른 측면이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재산이 10조라고 하면 상속세를 법대로 납부할 경우 6조는 내야 한다. 재산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면 안 물려주는 게 아니라 못 물려주는 합당하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법과 원칙, 시장 규범을 지키고 따르는 행동만이 기업과 국가 경제 모두를 살리는 길이라는 것을 배우고 깨달았다. 그런데 아직도 재벌그룹은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그룹을 통제하는데도 언론은 침묵하고 있다.

    국민들은 불법을 저지른 재벌총수의 구속을 숫하게 보아왔다. 이때마다 등장한 것이 경영공백으로 인한 위기설을 언론이 걱정했지만, 지금까지 어느 그룹도 위기가 없었다. 일부 그룹의 경우 총수가 구속되자 주식은 오히려 오른 경우도 있었다. 이는 총수의 위기였지 그룹의 위기는 아니었다,

    지난 6월 5일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전후 삼성의 언론플레이는 극에 달했다.

    “검, 심의위 절차 무시한 李 영장청구… 법조계 나쁜 선례 남겼다”, “글로벌 경영 차질 우려 높아지는 삼성”, “그룹 측 구속 땐 경영공백”까지 언론은 일방적으로 삼성의 위기론을 강조하고 하고 있다. 신문 제목만 놓고 보면 삼성 사보로 착각할 정도이다. 언론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프레임은 경제가 어려운데 삼성까지 위기가 오면 한국경제는 힘들어지고 구속하면 안 된다는 프레임을 짜고 있는 것이다. 일부 언론은 사회 환경감시 기능을 포기한 주장까지 나왔다. 주가조작으로 이익을 봐도 팔 수 없으니 실제 이익이 없다면서 삼성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보도했다.

    언론은 위기가 닥칠 때 제 위치에서 법과 원칙을 강조해야 하는 공적인 책임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재벌총수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면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강창덕(경남민주언론시민 연합 정책위원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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