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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코로나 시대의 사랑- 김유경(경제팀 기자)

  • 기사입력 : 2020-07-09 19: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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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플로렌티노 아리자가 한때 자신의 약혼녀였던 페르미나 다자의 남편이 죽자, 그녀 앞에 나타나면서 전개되는 이야기다. 긴 세월이 흘러 다시 조우한 두 사람. 플로렌티노는 페르미나에게 자신의 변하지 않은 사랑을 고백한다. 그의 구애를 페르미나가 거절하며 ‘다시는 얼굴을 보이지 말라’고 한 지 51년 만의 일이다.

    ▼소설의 배경은 1880년대부터 1930년대까지 콜레라가 창궐한 콜롬비아를 무대로 한다. 콜레라라는 질병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을 극심한 공포에 몰아넣었다. 그럼에도 51년 동안 죽지 않은 지독한 사랑이 존재했고 사람들은 어려운 중에서도 생활을 꾸려갔다. 험난한 질병의 시대에도 사랑은 이뤄졌고 삶은 계속되었다는 이야기다. 소설은 51년 전으로 돌아가 플로렌티노와 페르미나가 각자 어떤 굴곡진 삶을 살아왔는지 묘사한다.

    ▼훗날 누군가 2020년을 책으로 쓴다면 어떨까. 사람들은 마스크를 쟁여놓기 시작했고 서로가 지나치게 밀집되는 장소를 피했으며 재택근무로 직장생활을 이어갔다고 쓰겠지. 이런 대목도 있겠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고 울며겨자먹기로 휴직이나 휴업을 했고 아이들은 개학을 해도 학교에 갈 수 없었다고. 이런 부분도 있겠다. 바닷길 하늘길이 막히고 제조업은 불황을 맞이했으며 전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이 지급되었다고.

    ▼‘콜레라 시대의 사랑’ 마지막 장은 다시 현재다. 마침내 페르미나는 플로렌티노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두 사람은 원숙한 노년의 사랑을 시작한다. 오랜 시간 서로가 서로에게 미지의 영역이었지만, 51년만에 만난 서로에게서 맡은 건 겨우 늙은이의 몸냄새지만, ‘당신의 냄새가 바로 나의 냄새’라고 수긍하는 두 사람은 젊고 열정 넘치는 사랑만이 아름다운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 엄혹한 코로나의 나날이 지난 뒤에도 변함없이 지속될 우리의 삶. 어려운 시간을 이겨낸 존재에게서만 발현되는 성숙한 사랑이 충만하길 바라본다.

    김유경(경제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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