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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조반유리(造反有利)-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 기사입력 : 2020-07-09 19: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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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대 총선이 끝난 지 몇 개월이 지났건만,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때문에 우리 국회는 출발 선상에 도열도 못하고, 현재 세상 돌아가는 모습이 여야나 진보니 보수를 떠나, 급속한 사회적 변화를 사려(思慮)깊게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요즘 우리 사회는 세대간의 종적인 관계가 정신적 윤리적 조건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총선 결과 30대에서 50대까지 젊은 의원들이 많아진 것은 고무적이고, 또 초선의원이 과반수를 넘고 세대교체가 되어 젊은 의원들의 목소리를 지금까지 못 보던 많은 사례를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당선 축하연이나 상임위 구성 및 연찬회 등의 공식 석상에서 원로·다선의원이나 정계의 선배들을 제쳐 놓은 채, 의기양양하게 좌충우돌하는 일부 초선의원들의 서슬에,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지탱해온 아름답고 값진 가치의 기둥들이 어이없이 무너지는 서글픔을 느낀다.

    요즘 젊은이들과 젊은 의원들이 내세우는 논리의 자체를 놓고 옳고 그름을 따지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경륜과 나이를 헛먹은 것만 아니기에, 인간 세상에서는 윗사람들의 권위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그 경륜을 귀담아 들으려는 당연한 미덕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젊은 사람들은 패기를 가지고 세상을 바꾸려고 열심히 뛰면서, 앞 세대의 지혜와 슬기를 겸손하게 받아 배움으로서 조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세대간의 연속성과 상호보완이 깨질 때 그 사회는 질서 없는 불균형의 사회가 된다고 했다. 해방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세대간의 단절이 발생한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로 인하여 우리가 얻은 것은 성취 문화였지만 잃은 것도 많다. 그것이 규범의 해이(解弛)이고 무질서의 난립이다. 굴레 벗은 말이라고 할까?

    아무런 규범적인 제약을 받지 않으면서 그저 기성세대 것이라면 덮어 놓고 부정하려는 중국의 홍위병(紅衛兵)적인 문화가 싹텄던 것이다. 중국문화 혁명의 주체 학생인 홍위병들은 조반유리(造反有利)라고 해서, 무조건 윗세대의 것은 타도하고 치받는 것이 가장 진취적이라고 생각하며 날뛰었다. 그 결과는 황폐화뿐이었다. 옛 것을 타도해 버린다고 해서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했다.

    요즘 젊은이들의 안하무인(眼下無人)격인 사고를 보면 자기들은 늙지 않고 만년하청(晩年下淸)하리라 생각하고, 그리고 초선의원들의 기고만장한 포부와 독불장군 같은 열기는 세상은 윤회(輪回)하지 않고,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지금 우리는 사회의 종적인 유대관계 회복이 아쉽고 시급함을 절감하며 촌로(村老)의 격정(激情)을 앞세워 본다.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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