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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어찌하다 보니… 어쩌다가- 김범기(통영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

  • 기사입력 : 2020-07-07 20: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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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범기 통영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

    어찌하다 보니 개 2마리, 고양이 1마리, 나무 몇 그루, 풀, 새, 진드기, 모기, 파리 등 다양한 생명과 적정한 공간을 공유하며 함께 살고 따로 살며 공존하고 있다. 어찌하다 보니의 시작은 2015년 아파트살이를 접고 단독으로 주거를 옮기면서 말미암았다. 단독주택으로 주거지를 옮기면서 함께 사는 이는 소싯적 경험한 도둑님을 걱정했다.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선택한 방법은 개와의 동거, 선택한 견종은 래브라도 리트리버였다. 낯선 이마저 좋아하는 이 녀석의 성정이면 우리와도 잘 지내고 도둑님 걱정도 덜 것 같았다.

    고양이와의 어찌는 첫 번째 개님 덕분에 시작됐다. 워낙에 다른 모든 것을 좋아해 인간 말고 다른 친구를 사귀게 해주고 싶었는데 길냥이를 찜했다. 두 번째 개님과의 어찌는 개, 고양이, 사람이 함께 동거하기에 이뤄졌다. 아는 이가 2번이나 파양을 당한 개가 있는데 잠시 임시 보호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당장 갈 곳이 없다는 청을 외면하기 어려웠다.

    개 2마리, 고양이 1마리와의 공존은 나의 일상을 크게 바꾸었다. 3보 이상 승차에 익숙했던 일상은 요 녀석들 덕분에 주중에 몇 번은 반드시 저녁 산책을 하게 되었고, 주말이면 한 달에 2번 이상은 가까운 산을 가게 되었다. 그 덕분에 통영생태숲이라는 근사한 공간을 알게 되었고 이에 더해 구석구석 알게 되었다. 이 녀석들 덕분에 진드기도 1주일에 서너 번은 접하게 되었고, 진드기도 종류가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녀석들 덕분에 그저 그렇게 지나쳤던 수많은 생명을 조금 더 제대로 들여다보게 되었고, 인간이라는 게 적정한 공간을 공유하며 수많은 다른 생명과 함께 따로 공존하고 있으며 또 공존해야 한다는 걸 몸으로 마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어쩌다가 이리되었을까? 2020년 인류와 세계, 도시의 일상이 크게 달라졌다. 직접적인 계기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출현이 던진 급속한 변화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어쩌다가 우리 곁에 왔을까? 과학자들은 인간 영역의 확장과 팽창으로 동물의 영역이 줄면서 동물에 기인했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로 자연스레 옮겨온 것이라고 한다. 이런 현실을 바꾸지 않으면 또 어떤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출현할지 알 수 없다고 경고한다. 게다가 기후위기로 말미암아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또 다른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출현을 걱정한다. 그럼에도 코로나19가 던진 급속한 변화에 대한 피로감과 코로나19의 치명률이 낮다는 점 등으로 벌써 예전 일상과 문명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만 극복하거나 무시하면 된다는 듯한 태도가 커지고 있다. 다행히 유럽과 미국 등에서 그린딜, 그린뉴딜에 대한 목소리와 요구가 커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화석연료 문명에서 탈탄소 문명으로 대전환을 꾀하자는 것이다. 지속가능발전은 문명의 전환이다. 탈탄소 문명, 생태적 문명으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방향은 명확하다. 방식은 함께 찾고 만들어야 한다. 2015년 9월 유엔(인류)은 2030년까지 문명의 전환을 꾀하자며 17개 목표, 169개 세부목표, 242개 지표를 인류 공동의 목표로 설정했다. 그럼에도 그 속도는 지지부진하다.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을 한다.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짧고 굵게 살다가 사라지는 종족이 될 거라고.

    김범기(통영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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