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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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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당근마켓에서 당근(?) 팔기- 왕혜경(전 김해 월산중 교장)

  • 기사입력 : 2020-07-07 2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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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혜경 전 김해 월산중 교장

    ‘당근 마켓’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 중고 거래 장터다. 옷, 신발, 화분, 산전복대, 죽 제조기까지 온갖 것들이 다 올라온다.

    전자피아노를 하나 사려고 생각하던 중 피아노 선생님의 소개로 당근마켓을 알게 되어 폰에 앱을 깔고 관심 분야에 전자피아노를 올려놨다. 새 물건이 올라오면 “당근! 당근!” 하면서 경쾌한 알림 목소리가 오는 바람에 발 빠르게 무난한 중고를 하나 구입할 수 있었다.

    피아노 구입 후 연습용으로 쓰던 키보드도 당근마켓에 올려 팔아야겠다 싶어 나름 예쁘게 사진을 찍어 사이트에 올렸다. 그랬더니 실시간으로 막 톡이 오기 시작했다. 그 짧은 시간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톡을 주고받았는데 파는 입장에서는 제일 먼저 가져가거나 입금하는 사람에게 물건을 줄 수밖에 없어 “저 주세요” “저 주세요” 하는 몇 사람을 제치고 1순위로 입금한 사람에게 팔기로 했다. 그런데 인터넷 거래라고는 생전 처음인 이 거래가 사람 엄청 신경 쓰이게 만들었다. 물건을 올려 판 지 한 달 넘게까지 산 사람이 물건을 가져가지 않았다. 하긴 첫 톡 때부터 이 사람이 뭔가 좀 독특하긴 했다. 모르는 사람과의 톡이니 나는 최대한 예의를 갖춰 말을 하는데 이 사람의 반응은 ‘저녁에’, ‘지금함’, ‘팔 아파서’ 등 거의 짧은 단답형. 오죽하면 “혹시 외국인이세요?” 물어봤을까? 그랬더니 온 답이 “국산”, 푸하하 ~~.

    송금한 돈도 거래 액수보다 적어 “할인은 못해 드립니다” 했더니 은행에 잔금이 그것밖에 없어 나머지는 와서 주겠단다. 물건을 바로 못 가져가는 이유가 팔이 아파 병원에 입원해 있기 때문이란다. 그 후 물건 가져가는 문제로 주고받은 톡만도 50여회. 기다리다 지친 내가 마지막 데드라인이라도 얘기해 달라 했더니 이번엔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해 간병을 해야 해서 언제 가져갈지 모른단다. 나중엔 자기도 답답했던지 택시비를 줄 테니 배송 좀 해 주면 안 되겠냐는 무리한 부탁을 하길래 답도 안보내고 있었더니 일방적으로 내 통장에 배송비조로 돈을 넣어놓았다는 거. 아이구 내가 졌다. 당근마켓에서 당근 파는 것도 쉽지가 않네.

    왕혜경(전 김해 월산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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