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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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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일상탐독- 차상호(뉴미디어팀장)

  • 기사입력 : 2020-07-07 2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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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경 드림’

    아직도 완독하지 못한 책. ‘일상탐독’ 저자의 친필 사인이 들어 있는 이 책을 받은 것은 2018년 3월 무렵이다. 책을 다 읽고 독후감을 써야 하는데 이제 3분의 1쯤 읽었지만 이렇게라도 감상을 적고 싶었다.

    한 시인은 추천사에서 ‘하이데거가 ‘본래성’이란 개념으로 대립시켰던 그 해답을 김유경 시인은 자칫 타성적인 안일에 머물기 쉬운 일상과 그 경계를 넘어선 정신적인 실재에 이르게 하려는 정열로 제시하고 있는 것 같다’고 소개하고 있다.

    어렵다. 분명 내가 아는 한글인데 어렵다. 수준 높은 서평은 차치하고 내게 낯설게 느껴진 것은 저자의 호칭이다. 김유경 ‘시인’. 2013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됐다고 책에 소개하고 있는데 당선된 것은 알았지만 시인으로 등단한지는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아는 김유경은 ‘기자’다. 그 방식이 맞는 것인지는 차치하고 언론사에서는 신입 기자를 교육하면서 ‘굴린다’고 표현할 정도로 훈련을 시킨다. 보통은 사회부 사건담당으로 시작하는데 새벽부터 경찰서와 소방서, 병원 등을 돌아다니며 밤사이 일어난 사건, 사고를 취재하게 한다. 석간 시절에는 해가 뜨기 전에 경찰서에 도착해 담당지역에 일어나는 사건사고를 취재하고 보고하고 기사를 쓰는 일을 반복했다. 김 기자 역시 그런 생활을 했을 것이다.

    등단했다는 얘기도 듣고 친필 서명이 든 책도 받아들었지만 실감은 안 났다. 내겐 그저 후배 기자였지 ‘작가’라거나 ‘시인’이라는 느낌은 없었다.

    그런데 책을 받은 지 2년 반이 훌쩍 지나서야 책을 읽고 보니 ‘나는 이 사람을 잘 몰랐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나와는 참 다른 삶을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일상탐독이라는 그의 글을 읽으면서 비로소 그의 생각이나 아픔, 추억이 아주 조금은 전해지는 것을 느낀다.

    책에는 서른 개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이제 아홉 꼭지를 읽었으니 좀 이른 독후감이지만 첫 이야기인 ‘그 남자네 집에 그 남자가 없고’부터 강렬했다. 첫 이야기의 감상을 얘기하자면 ‘불안함’이다. 계속 읽다보니 이 사람은 예술의 세계에서 살았구나. 그리고 무엇보다 감수성이 참. 나하고는 분명 다른 삶이다. 이야기 중간 다른 작품들을 같이 싣고 있는데 그만큼 독서량이 많다는 방증일 것이다. 종류도 다양하다. 아직 읽지 않은 이야기가 더 많이 남았다는 것이 기분 좋다.

    일상탐독을 완독하면 다음은 현직 경찰관이 쓴 ‘범죄콘서트’다. 경찰 출입시절 친해진 우문영 경감과는 GIS를 활용한 범죄예방 얘기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 지금의 셉테드 개념과 비슷했을까? 맡은 업무에 따라 차이는 있겠으나 현직에 있으면서 책을 쓴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시간을 쪼개 독서하고 고민하고 하는 과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범죄콘서트와 더불어 박종훈 교육감에게 송별선물로 받은 책도 빠른 시일 내에 독후감을 들려드릴 수 있기를.

    책은 읽으려고 사는 것이 아니라 산 책들 중에서 읽는 거라는 말이 있다. 신문사에는 책 소개를 위해 출판사에서 보내오는 책들이 제법 많고, 나 역시 쓸데없는 책 욕심만 많다. 그나저나 언제 읽힐지 모르는 그 책들이 나를 채근하는 것 같다. 어서 읽으라고.

    차상호(뉴미디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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