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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데니스 텐- 홍옥숙(사천문인협회 회장)

  • 기사입력 : 2020-06-29 20:3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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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살이라는 어린나이에 꽃잎처럼 져버린 비운의 청년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 아리다.

    카자흐스탄의 영웅이었으며 우리국민에게도 아름다운 꽃송이였던 데니스 텐, 다큐멘터리로 방영되었을 때 강렬하고 패기어린 그의 눈빛에 아! 너도 한국인 나도 한국인이라며 울컥했던 기억이 있다.

    왜 이리도 인생은 슬픈 것인가! 젊은이라 호칭하기에도 어린 나이였지만 사회적 역할을 고민할 정도로 속이 깊었다는데, 아무것도 아닌 일로 목숨을 잃다니 너무 허망하고 비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텐은 카자흐스탄에서 태어난 고려인으로, 구한말 의병 대장이었던 민긍호 장군의 후손이다.

    장군이 일본군에 의해 살해당하고 가족들은 일제를 피해 연해주로 이주하였는데 그때 가족의 이주를 도왔던 분이 안중근 의사였다고 한다. 슬픔과 억압의 역사를 딛고 장군의 후손들이 카자흐스탄에서 고려인으로 살고 있는 줄을 우리는 모르고 있었다.

    어머니의 권유로 어려서부터 피겨를 시작한 데니스 텐은 카자흐스탄에 최초로 메달을 안겼으며 2011년 동계 아시안게임의 금메달리스트였고 소치올림픽에서는 동메달을 딴 훌륭한 피겨 선수였다.

    무엇보다 그는 한국을 사랑했고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 그리고 민궁호장군의 후손이라는 사실에 자긍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살았더라면 선수로서뿐 아니라 어디서나 꼭 필요한 인재가 되었을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소치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와 갈라 쇼를 하던 모습을 기억한다. 한국의 얼을 품고 세계최고의 별과 함께한 순간이 그에게는 가장 빛나던 시간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던 대한민국을 세계 일류국가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그것만이 짧은 생을 살며 자신의 뿌리를 사랑했던 그의 열정을 기억하고 영혼이나마 다독여줄 수 있는 것이라 믿어본다.

    홍옥숙(사천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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