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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매미의 오덕(五德)- 이준희(사회2팀장)

  • 기사입력 : 2020-06-24 20: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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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경리 선생의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편에 보면 ‘사람의 됨됨이’에 관한 내용이 있다. 사람 됨됨이에 따라 사는 세상도 달라지며, 후한 사람은 늘 성취감을 맛보지만 인색한 사람은 먹어도 늘 배고픈데, 이는 천국과 지옥의 차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가난하다고 다 인색한 것은 아니며 부자라고 모두가 후한 것도 아닌데 이 역시 ‘사람의 됨됨이’에 따라 다르다고 말한다. 이처럼 선생의 글을 통해 삶의 깊이와 인생의 통찰을 느낄 수 있어 마음이 숙연해진다.

    ▼최근 양산시가 공직사회 청렴 문화 확산을 위해 ‘매미의 청렴 정신’을 강조했다. 김일권 양산시장은 간부회의서 조선 시대 임금은 매미의 교훈을 염두에 두고 정무를 맑고 투명하게 수행하라는 뜻으로 매미 날개 모양을 형상화한 ‘익선관’을 섰고, 문무백관들은 매미가 펼친 날개 모양을 형상화한 ‘오사모’를 섰다. 공직자들이 청렴한 공직생활을 해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매미의 오덕을 강조했다고 한다.

    ▼공직자가 배워야 할 ‘매미의 오덕’은 문(文), 청(淸), 렴(廉), 검(儉), 신(信)으로 중국 진나라 시인 육운이 매미를 들어 다섯 가지의 덕(德)을 갖춘 곤충이라고 칭송했다고 한다. 조선왕조는 매미에게 다섯 가지 덕이 있다 하여 목민관의 귀감으로 삼았다. 매미의 입이 곧게 뻗은 것은 마치 선비의 갓끈이 늘어진 것을 연상케 해 학문(文)을, 이슬이나 나뭇진을 먹고 살아 맑고(淸), 곡식이나 채소를 해치지 않아 염치(廉)가 있고, 다른 곤충과 달리 집이 없어 검소(儉)하고, 때를 맞춰 죽으니 신의(信)가 있다는 것이다.

    ▼매미는 땅속에서 굼벵이로 5~7년을 살다가 세상에 나와 7일을 살다 죽는다. 일생의 거의 전부를 땅속에서 살다가 가지만 선조들은 매미에게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보이는 것에 욕심내지 않고 깨끗하고 청빈하게 살다가 때가 되면 매미처럼 조용히 떠날 줄 아는 인생도 가장 아름다운 인생의 하나이지 않을까 한다.

    이준희(사회2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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