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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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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으로 본 우리사회의 어둠

함안 출신 이남순 시인, 시집 ‘봄은 평등한가’ 출간

  • 기사입력 : 2020-06-22 0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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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안 출신으로 2008년 경남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후 이영도시조문학상 신인상, 박종화문학상, 여성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활발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이남순 시인이 새 시집 ‘봄은 평등한가’를 출간했다.

    이번 시집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은 현실 비판에 있다. ‘외짝이 모로 누워 타다 만 신발 위로/ 바람결에 낙엽 몇 장 조문하듯 엎드린다/ 늦비에 시들어가는 국화꽃을 닮은 남자/ 아빠가 봄이 오면 선물 들고 가겠노라/ 간밤에 어린 딸과 철통같이 했을 약속/ 달력에 빗금 그으며 일당을 적던 남자/ 창 없는 쪽방에서 새우잠을 자면서도/ 한푼이 아쉬워서 등졌을 고향 하늘/ 공사판 국밥 그릇도/ 다 채우지 못한 남자’ -(‘고시원을 아시나요’ 전문)

    그가 제기하는 어둠의 현장이나 대상은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다. 여러 약자들에 대한 대변, 이를테면 노인, 여성, 이동상인, 장애인, 몰락해가는 자영업자, 최저임금제로 몰락하는 음식점 경영자, 아르바이트생, 부친의 재산을 뺏고 이민 간 아들과 그 아버지, 성매매 풍경, 남존여비 풍조가 소외시킨 외숙이, 해녀, 위안부 문제, 고시원 화재로 숨진 노동자 등이 다 거론되고 있다. 허구적인 것이 아니다. 시인이 체험해온 반백 년 인생의 시간들이 봐온 비교적 상세한 우리 시대 어둠의 지도다.

    이러한 작품을 쓰는 그의 태도는 우리 사회가 더 발전해야 한다는 희망에서 근거한다. 그의 이러한 치열한 시적 실험이 이 시집을 절실한 현장의 노래로, 구체적 이미지의 노래로, 진정성 있는 삶의 노래로 바꿔 놓았다.

    해설을 맡은 이우걸 시인은 “오늘 우리 시조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며 무엇을 노래해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이정표라 생각한다. 그가 다음에는 어떤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할지 궁금하다. 그의 실험은 금기 없이 열어가는 한국 시조의 새로운 길이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김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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