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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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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동네의 재발견- 김유경(경제팀 기자)

  • 기사입력 : 2020-06-11 19:5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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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는 많은 것을 재발견하게 했다. 감염성 질환의 심각성에 대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성과 전지구 차원의 네트워크에 대해, 다소 낯설었던 재택근무에 대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의 소중함에 대해, 삼시세끼 집밥을 차리고 치우는 고단함에 대해, 접촉을 피하면서도 결국은 접촉하지 않을 수 없는 삶의 필연성에 대해.

    ▼그중에서도 가장 큰 발견은 우리 동네의 재발견이다. 동네에 대한 관심은 방역 단계에서부터 시작됐다. 전국 상황보다는 우리가 사는 시, 군, 구, 동 지역 상황이 궁금했던 지역민들은 각 시·도나 구청 홈페이지, 지역 맘 카페, 지역 온라인 동호회 등에 드나들며 코로나 상황을 가늠했다. 중앙정부와 광역지자체가 아닌 기초지자체에서 발송하는 휴대전화 재난문자나 지자체의 장이 TV에 나와 지역 상황을 브리핑하는 장면에서도 우리 동네라는 공간은 단연 새롭게 다가왔다.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방역체계가 어느 정도 안정적인 성과를 보이자 골목상권이 부상했다. 각 지자체 재난지원금으로 지역사랑상품권이 다수 발행됐고 정부 긴급재난지원금도 광역지자체 내 연매출 10억원 이하 점포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도록 제한됐다. 이 시스템은 ‘반강제적으로’ 골목상권을 실물경제의 구심점으로 만들었다. 지역민들은 동네 정육점, 동네 카페, 동네 잡화점, 동네 꽃집에 드나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대형마트나 홈쇼핑, 이커머스 없이 우린 동네 상권만 잘 활용해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스스로를 ‘골목길경제학자’라 말하는 모종린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대기업마저도 골목상권에 앞다퉈 진출한 이유는 그들이 이미 동네 골목길의 가치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 말한다. ‘골목산업, 문화산업, 창조산업이 모인 골목상권이 새로운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은 코로나 이후 우리 동네와 지역사회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제시한다. 전세계로 퍼진 코로나19는 역설적으로 ‘우리 동네’에 대한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

    김유경(경제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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