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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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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적(籍)을 둔다는 것- 김용훈(체육팀 기자)

  • 기사입력 : 2020-06-09 20: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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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어디에 소속돼 있다는 것을 말할 때 흔히 ‘적(籍)을 둔다’는 표현을 쓴다. 선수는 소속팀에, 교사는 학교에, 직장인은 그 직장에 적을 두고 있다.

    ▼적(籍)이라는 한자는 문서라는 뜻이 있다. 호적에서도 적(籍)이라는 한자를 사용하고 이외에도 학적, 당적, 병적 등 여러 곳에서 사용된다. 적이라는 말은 자신의 신상정보와 관계되는 일련의 사항을 적은 공적인 문서를 뜻하기도 한다. 학교나 회사에 적을 둔다는 것은 자신의 인사고과나 신상에 관한 사항이 기록된 문서가 생긴다는 것이고, 이는 그 학교나 회사에 소속되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어떤 조직에 적을 둔다는 것은 ‘나의 기록’을 그 조직에 둔다는 것이다. 그 기록은 평판이다. 기록은 인사고과 등 문서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구성원들 사이의 평가나 인식 모두 내가 새겨놓는 기록이다. 때문에 어떤 조직에 적을 두고 있다면 평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말단부터 수장까지 평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구성원들의 평판이 좋다면 그 조직의 평판도 좋기 마련이다. 나에 대한 평판이 조직에 대한 평판으로 이어지고 조직에 대한 평판이 나에 대한 평판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끊임없는 평판에 시달려야 한다면 차라리 어디에도 적을 두지 않는 것이 편할텐데 우리는 왜 어디에든 적을 두려고 할까. ‘어디의 누구’ 이기 때문이다. 행인이 길을 묻기 위해 나를 불렀던 호칭이 어쩌면 진짜 나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조직이라는 껍데기를 벗겨버리면 우리는 그냥 누구일 뿐이다. 조직에서 주어진 역할이나 자리, 심지어 관계까지 ‘내 것’이 아니다. 위임된 것일 뿐이다. ‘내 것’으로만 집착하면 공(功)은 내 덕이요, 과(過)는 네 탓이된다.?

    김용훈(체육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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