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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코로나, 100일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다] (5) 코로나가 바꾼 일상 (하)문화

온라인 공연·VR 전시… 이제 ‘언택트 관람시대’

  • 기사입력 : 2020-06-03 20:5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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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습격은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방식에도 큰 변화를 일으켰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대면 문화예술 행사가 일괄 중단되면서 지역 예술계는 고사 위기에 접어들었고, 문화예술계는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언택트(비대면) 문화 확대다. 무관중 공연을 녹화 또는 실황 중계하는 것부터 개인 또는 단체 유투브 채널을 운영하거나, 전시회나 박람회를 다양한 방식으로 온라인화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일부 대형 기획사나 유명 예술인들의 온라인 콘텐츠가 성공하면서 오프라인의 한계를 넘어선 언택트 문화에 미래가 있다는 기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역 문화계에서는 언택트 문화에 적응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역을 뛰어넘을 콘텐츠가 부족하고, 이를 온라인에서 구현할 기술적 인프라 부분에서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이후 지역에서 언택트 문화 확산에 나름 선진적인 행보를 보인 김해문화네트워크와 경남도립미술관, 창원시립교향악단을 통해 언택트 문화를 마주한 지역 문화예술계의 현실과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김해문화네트워크 이지현 문화기획가〉

    이지현씨는 연주가이자 김해문화네트워크 기획 일을 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 3월 김해문화네트워크 회원들과 함께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자발적인 온라인 콘서트 ‘온 스프링(On Spring)’을 기획했다. 코로나19로 연주일도 끊긴 데다 지친 시민들을 위한 희망 릴레이에 동참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김해지역 20명의 음악인과 스태프들이 마음을 모았다. 그렇게 도내 첫 무관객 온라인 공연이 3월 10일부터 3일간 유튜브에 생중계됐다. 이후 경남도와 도의회 등 도내 11개 기관과 뜻을 합쳐 더 확장된 콘서트를 기획하게 됐고, 4월 한 달간 ‘경남예술희망백신 온 스프링’을 진행했다. 이씨는 “오프라인을 바탕으로 진행되던 활동들이 전면 중단되면서 기존의 활동을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여 고민하게 된 프로젝트였다”며 “예산도 많지 않았고 자발적인 아티스트와 기술자 참여로 프로젝트를 완성하면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많은 걸 배웠고 의미있었다”고 말했다.


    온스프링 공연 이후 그에게 관련 기획과 자문을 구하는 일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그는 최근 지역 기획자로써 고민이 더 깊어졌다고 토로했다. “특별한 대안이 없는 공연계다 보니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무조건 온라인 콘서트로 전환하더라고요. 그것이 온라인 공연이어야만 하는 이유 등 특별함과 목적성을 분명히 해야 온라인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데 말이에요. 또 자본력과 기술 등 양질의 자원을 갖추고 있는 방송사 등과 경쟁을 할 수밖에 없어서, 지역 기획자로서 오프라인에서 느꼈던 빈익빈 부익부의 상황을 다시 마주하게 됐죠.”

    그렇지만 이번 사태가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이번에 큰 변화를 겪으면서 많은 예술가들이 온라인 소통의 중요성을 느꼈다고 생각해요. 또 이런 상황일수록 네트워크, 플랫폼의 역할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인 것 같아요.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열린 생각으로 소통하며 함께 고민해 나가면 위기가 기회가 되지 않을까요.”


    〈경남도립미술관 최옥경 학예사〉

    지난 4월 코로나 19로 문을 닫게 된 경남도립미술관은 VR(가상현실)전시를 오픈했다. 집에서 손가락 하나로 작품을 관람하고 설명까지 들을 수 있는 이 친절한 서비스에 시민들은 호응했다. 이에 도립미술관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올해부터 모든 전시에 대해 VR전시 서비스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담당 학예사 최옥경씨는 “ 휴관으로 당장 할 수 있는 서비스를 고민하다가 시작했는데, 가상 전시를 진행하다 보니 그 중요성과 필요성을 알게 됐다”며 “전시 홍보는 물론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어 우리 미술관의 전시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 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전시관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 “작품 원본을 공간에서 직접 보고 느끼는 것과 다른 공간에서 온라인으로 보는 것은 완전 다른 개념이지만, 다양한 시도를 통해서 그 차이를 완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어요. 원본이 가지고 있는 것을 소비할 수 없으니. 매력적인 다른 시각적인 것으로 끌여들여서 소비할 수 있게 해야 되죠. 이를 위해선 미술을 읽어내고 이해할 수 있는 기술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지역에서도 감수성과 실력을 갖춘 인재풀이 필요하겠죠.”

    최씨는 또 VR전시뿐만 아니라 온라인에 적합화된 미술관 사업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최씨는 “코로나 19로 전시를 소비하는 형태가 완전히 바뀌고 있고, 온라인이나 VR로 이미지를 소비하는 관람객도 늘어나고 있다”며 “앞으로 점점 더 많은 미술관들이 VR전시나 온라인 전시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망했다.


    〈창원시립교향악단 정강석 단무장〉

    창원시립교향악단은 지난 4월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시민들과 온라인 소통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4월 23일, 긴 고민 끝에 이리나 부악장이 바이올린을 자발적으로 휴대폰 카메라 앞에 섰다. 4분여간 촬영된 바이올린 독주는 교향악단 유튜브 채널에 게시됐다. 희망릴레이 ‘리틀 홈 클래식’의 시작이었다.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순식간에 조회수 3000회를 기록했다. 페이지 구독자 수(680명)에 비하면 높은 조회수였다. 이후 지금까지 16명의 단원들이 릴레이에 참여했다.


    정강석 단무장은 “모두 프로 연주자들인데 촬영한 영상에서는 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속상함을 토로하기도 했는데, 마이크를 새로 구매하거나 방송에 적합한 주법을 연구하면서 촬영을 수십 차례 하는 등 열의를 보이고 재미를 느끼는 단원들도 있었다”며 “시민들에게 힘을 주고 싶어서 시작한 영상촬영인데 시민들의 호응에 힘을 얻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후 창원시향은 정기연주회, 클래식 그림자극 등을 무관중 공연으로 진행하고 온라인 공개했다. 코로나19로 다른 대안이 없는 선택이었지만, 예민한 소리와 감성을 화면에 옮기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전 단무장은 “온라인에서도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이고 싶었는데 장비 등의 문제로 여의치가 않았다”며 “매번 촬영 후 조율하는 작업에 시간이 많이 소요됐고, 결과물도 만족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언택트 문화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촬영에 적합한 공연장과 수준 높은 촬영 장비와 기술, 그리고 온라인에 특화된 기획자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언택트 문화가 확산되더라도 공연장에서 관객들과 만나는 것이 우리에겐 더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이번 온라인 공연을 만들면서 시민들과 소통하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도 생각됩니다. 여러 사정으로 공연장에 오지 못하는 관객이나 온라인을 더 선호하는 관객도 존재하니까요. 다양한 관객들과 더 넓게 만나기 위해 한 번은 꼭 만족할 만한 수준 높은 온라인 공연을 만들고 싶습니다.”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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