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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28) 학학주인(學, 學做人)

- 학문이란 사람 되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 기사입력 : 2020-05-19 07:5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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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방한학연구소장

    대부분의 국립대학은 20년 이상 재직하고 퇴직한 교수에게 명예교수 칭호를 부여한다. 장수하다 보니, 오래된 대학은 명예교수 숫자가 현직 교수 숫자하고 거의 같게 되었다.

    요즈음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들은 모였다 하면 “우리가 너무 잘못 가르쳤다”, “너무 전공만 강조하고 인성(人性)을 등한시했어” 등등의 탄식을 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들이 왜 이런 탄식을 할까? 평생의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 양성한 제자들의 모습이 너무나 기대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장·차관, 국회의원, 외교관, 법관, 학자, 언론인 등등 각 분야의 인재를 가장 많이 양성한 대학이 서울대학교이고, 대부분이 이 명예교수들이 기른 제자들이다.

    부정에 연루된 사람, 당쟁과 분열을 일삼는 사람, 거짓말로 국가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사람 등등의 명단에 자기 제자들이 너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 있는 자기 후배나 제자인 교수들도 마음에 안 들기는 마찬가지다. 자기 선배나 은사인 명예교수들을 정년퇴직 이후 완전히 폐기물 취급하고 있다. 명예교수들은 재직하는 동안에 교육부와 오랫동안 투쟁해 기초과학육성법, 교수해외파견연구법 등을 만들어, 후배 교수들이 마음 놓고 연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연구시설을 확충하고 연구비를 늘렸다. 선배교수들의 노력의 결실을 지금 후배교수들이 잘 누리고 있다.

    명예교수들은 다시 자책을 한다. “다 우리가 저지른 일에 대한 자업자득이야! 우리가 근무하면서 국제학술지에 논문 많이 내는 후배나 제자들을 대단한 사람으로 쳤지. 동료를 배려하고 학생들에게 관심 있는 후배나 제자들을 훌륭하다고 한 적이 없지 않소”

    사실 맞는 말이다. 명예교수들이 대학에 근무하면서 “사람 되라” 등등의 말을 해 본 적이 없었다. 퇴직해서 자기들이 당해보고 난 뒤에야 사람 되는 것의 중요함을 절실히 느끼는 것이다.

    요즈음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들 모두가 “서울대학교 교수를 지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이 스트레스를 안 받는 방법이다”라고 한다.

    서울대학교만 그런 것이 아니고,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주자(朱子)가 말했다. “학문이란, 사람 되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學, 學做人也]”라고. 취직하기에 시험 치기에 바쁜 사람에게는 물정 모르는 소리 같이 들리겠지만, 사람이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사람이 된 사람을 길러내야 한다. 대학에서 지식이나 기술 위주의 사람을 길러낸 결과, 지금 전 세계적으로 위기에 봉착했다.

    자기 부모도 버리는 세상에 스승을 챙길 여지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부모나 스승을 위해서보다도 자기 자신이 사람이 살 수 있는 세상에 살기 위해서 각자가 사람 되는 공부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 學 : 배울 학. * 做 : 될 주.

    * 人 : 사람 인.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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