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욕심 - 김효경

  • 기사입력 : 2020-05-07 08:03:57
  •   

  • 유난스럽지 않으면서 각별할 줄 알고

    말을 앞세우기보다는 소홀하지 않고

    빨리 끓기보다는 더디 식으며

    뛰어나기보다는 단아한

    그래서 속을 들켜도 부끄럽지 않은

    그런 사람으로 살았으면

    그런 사람으로 살며

    날마다 봄날은 아니더라도

    날마다 가을하늘 같지는 않더라도

    그중에 환한 날이 조금 더 많아

    스스로 초라하지 않았으면

    그렇게만 살았으면


    ☞ 연초록 잎사귀들이 하루가 다르게 그 빛을 더욱 짙게 만들어 가고, 만개한 꽃들이 수런거리며 봄이 지나가고 있음을 알려도 우리의 마음에는 결코 봄이 당도하지 않는 요즘이다.

    채근담에 “사람의 괴로움은 끝없는 욕심에 있고, 자기 분수에 만족할 줄 안다면 마음은 항상 즐겁다”고 했다. 그렇지만 오늘 날 지구촌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분수에 만족하지 못하고 ‘문명’이라는 미명(美名) 아래 자연환경 파괴를 일삼았고, 지금 그 욕심의 대가 일부로 코로나19라는 역병(疫病)에 내몰리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에서 나오는 이 같은 욕심들을 나직이 경계하는 시인은 “빨리 끓기보다는 더디 식으며”, “속을 들켜도 부끄럽지 않은 그런 사람으로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는 삶이 조금이라도 덜 부끄러운 날이 있기만을 소망하고 기도한다.

    어쩜 우리 모두를 위한 고해(告解)의 시(詩)가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강신형 시인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