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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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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고] 뇌졸중 재활치료의 패러다임, 이제는 변해야 한다

  • 기사입력 : 2020-04-27 08: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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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양수 (희연병원 재활의학과 병원장·전문의)

    뇌졸중으로 인한 후유증은 삶에 여러 변화를 가져온다. 마비가 생긴 팔 다리로 인해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고 불편한 팔 다리를 쓰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회복이 더 늦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뇌졸중 이후의 재활치료는 발병 후 최대한 빠른 시점에 시작하여 환자가 견뎌낼 수 있는 최대한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후유증을 최소화한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치료의 기술적 방법이나 여러 치료 보조 기구들이 발전하였지만, 재활치료는 규제와 현실적인 문제 등으로 90년대에 비해 큰 변화를 보이고 있지 않다.

    #.치료실에서만 시행하는 재활치료

    현재 제도적 문제로 인해 재활치료는 치료실에서만 시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환자는 간병사나 이동 도우미에 의해 침상에서 휠체어를 통해 치료실로 옮기고, 치료사는 치료실에 들어온 환자를 치료용 침대에 눕혀 치료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환자가 입원기간 동안 주로 생활하는 곳은 병실과 병동이다. 치료용 침대에서 익힌 동작들을 과연 환자의 침상에서 응용할 수 있을까? 치료실과 병실의 환경은 너무 다르기 때문에 환자는 치료 후에 병실로 돌아왔을 때 여전히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환자 스스로 하려는 의지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이렇기 때문에 환자의 재활치료는 환자의 침상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본인의 침상에서 돌아눕고 앉는 연습, 휠체어로 옮겨 타는 연습을 최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이후 휠체어 조작법을 익혀 스스로 침상 밖으로 나와 병동에서의 이동을 자유로이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회복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환자의 휠체어 조작이 원활해지거나 보행 능력이 향상되는 경우, 치료사의 감독 하에 치료실까지 스스로 이동할 수 있게 하여 환자의 의지를 높이고 회복을 촉진할 수 있다. 또한 치료가 끝난 후에도 간병사나 이동 도우미가 환자를 침상에 그냥 눕히는 것이 아닌 치료사가 직접 환자가 침상에 누울 수 있도록 자세를 교육하고, 침상에서의 바른 자세를 만들어주는 것이 이상적인 재활치료라 할 수 있다.

    #.병원 바깥에서의 생활에 대한 고려

    뇌졸중 환자는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은 후 익숙하고 정든 가정으로 복귀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다. 일단 병원 내의 환경과 외부의 환경은 차이가 크다. 병원 내의 평평한 바닥과 외부의 울퉁불퉁한 바닥의 차이, 휠체어용 세면대와 일반 세면대의 차이, 지지대가 있는 변기와 일반 변기의 차이 등 병원 내에서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은 일반적인 환경과 많은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렇기 때문에 환자는 가정과 사회로 복귀하기 전 외부 환경에서의 재활 치료가 필수적이라 할 수 있으나, 현실은 제도적 문제로 인해 그것이 불가능하다. 재활치료사와 함께 자택에서 생활을 연습해 보거나 장을 보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는 사회생활을 연습해 볼 기회가 사실상 없는 것이다. 병원에서의 재활치료가 종료되면 곧바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해야 하는 것은 마치 따뜻한 온탕에서 냉탕으로 곧바로 뛰어 들어가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퇴원 전 외부 생활과 관련된 충분한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퇴원 후에도 재활의학과 전문의와 치료팀이 자택으로 방문하여 독립적인 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부분을 파악하고 치료하는 방문재활과 환자의 후유증을 고려하여 주택 환경을 개·보수하는 퇴원환자 주택 개·보수 제도도 꼭 필요한 제도일 것이다.

    #.치료 보조기구의 발전

    의학이 발전하는 속도도 경이롭지만 공학의 발전 속도 역시 매우 빠르다. 이 두 가지가 융합되어 마비 환자의 재활치료 보조 기구들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보행 치료용 로봇, 상지 재활용 로봇 등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재활치료용 기구들이 환자들의 회복을 더욱 빠르게 도와주고 있으며, 해외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 실제 Lokomat과 같은 보행 치료용 로봇은 물리치료사 3명이 환자 1명에게 시행하는 치료의 양과 질보다 높은, 치료사 1명이 혼자서도 가능하게 해주는 첨단 기구이다. 하지만 워낙 고가이고, 건강보험의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아직은 대중적으로 보급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팔 마비가 있는 환자는 마비된 팔을 사용하지 않고 정상적인 팔만은 사용하여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경향이 매우 큰데, 이로 인해 회복이 더 늦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러나 현재 마비된 팔의 근력을 보조해주는 동시에 다양한 동작들을 가상현실로 구현하는 재활치료 기구들이 보급되고 있으나, 역시 가격 문제로 보급에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이런 첨단 재활치료용 기구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환자가 더 빨리 회복하고, 후유증도 더 적어 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할 수 있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환자의 퇴원 후 삶이다

    아무리 의료진이 환자를 열심히 치료하고 환자가 열심히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퇴원 후의 삶이 독립적이지 못하고 누군가에 지속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면,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환자는 다시 병원으로 돌아온다. 재활치료의 패러다임도 여기에 맞게 혁신해야 한다. 재활병원에 입원은 치료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퇴원 후의 삶을 준비하는 과정의 시작이며, 이에 맞도록 제도적 개선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재활의 신조는 환자가 ‘익숙하고 정든 가정에서 그 사람답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며, 이러한 재활의 방향을 위해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양수 (희연병원 재활의학과 병원장·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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