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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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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일 - 이규리

  • 기사입력 : 2020-04-23 07:5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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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망가면서 도마뱀은 먼저 꼬리를 자르지요

    아무렇지도 않게

    몸이 몸을 버리지요


    잘려나간 꼬리는 얼마간 움직이면서

    몸통이 달아날 수 있도록

    포식자의 시선을 유인한다 하네요


    최선은 그런 것이예요


    외롭다는 말도 아무 때나 쓰면 안 되겠어요


    그렇다 해서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아요


    어느 때, 어느 곳이나

    꼬리라도 잡고 싶은 사람들 있겠지만

    꼬리를 잡고 싶은 건 아니겠지요


    와중에도 어딘가 아래쪽에선


    제 외로움을 지킨 이들이 있어

    아침을 만나는 거라고 봐요


    ☞문득, 몸이 몸을 버리는 일이 도마뱀만의 일은 아닌 듯합니다. 내 몸이든 타인의 몸이든, 한 몸인 상태에서는 알지 못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얼마나 특별한 일이었음을요. 오히려 당연하기만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곳에 틈이 생기고 누수가 일어나고 병이 발생하고 도려내야만 할 때가 온다면, 우리는 있는 힘을 다해 도망쳐야만 합니다. 사생결단의 상태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사랑도 독이 된다면, 끊어내는 것이 최선이라고 시인은 얘기하네요. 이제는 외롭다는 말로 예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분리가 최선이었다면, 자신의 외로움을 잘 지키는 것도 최선이라고 합니다. 그 끝에 새 아침이 기다리고 있는 거라고요. 시인 유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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