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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꽃잎은 떨어져도- 이종훈(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20-04-22 20:3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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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여파로 움츠린 일상이 계속 되지만 계절은 어김없이 변하고 있다. 역병이 휩쓸어도 봄꽃들은 쉴 새 없이 순서를 바꿔 가며 피고 진다. 만발하던 벚꽃이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에는 연둣빛 잎사귀가 반짝거린다. 온 산을 빨갛게 물들인 진달래도, 울긋불긋한 영산홍도 순식간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고 봄꽃 명소 출입이 제한되면서 2020년 봄 축제는 차창으로 느낄 수 있는 계절이 되고 말았다.

    ▼코로나19는 제주의 봄을 상징하는 유채꽃 들녘마저 갈아엎었다. 전국 최대의 봄꽃 축제인 창녕 남지 낙동강 유채꽃 축제는 15년 만에 취소됐고, 20여 개 강변 출입구가 모두 폐쇄됐다. 이달 말 예정인 산청 황매산철쭉제도 취소되면서 4월 봄꽃축제는 시들고 말았다. 반면에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수많은 꽃들이 앞 다퉈 피고 있다. 코로나19가 하루빨리 물러나기를 염원하는 마음이 SNS에서 퍼지고 있는 것이다.

    ▼경영이 어려운 화훼농가를 돕기 위한 ‘사무실 꽃 생활화 운동’도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된 모습이다. 우리 사회가 메마르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 향기롭기까지 하다. 불안 심리를 치유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어 흐뭇하다. 정부에서도 꽃 수요가 가장 많은 5월을 앞두고 전국적인 화훼 소비 활성화 캠페인에 나선다고 한다. 장미꽃 시즌을 앞두고 가뭄에 단비 같은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 3월 21일부터 시작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5월 5일까지 연장되면서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여전하다. 마음 놓고 외출할 수 없는 우울함도 극심하다. 꽃잎은 기다려주지 않고 자꾸 떨어져 야속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꽃은 시들었지만 뿌리와 줄기는 그대로이듯 꽃이 가진 본질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삶의 의미와 가치도 마찬가지이다. 역병 속에서 활짝 핀 올해 봄꽃이 유난히 소중하고 아름답게 보인다. ‘꽃잎은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는다…’.

    이종훈(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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