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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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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누구를 위한 고통분담인가- 이현근(문화체육부 부장)

  • 기사입력 : 2020-04-20 20: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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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으로 전 세계가 멈춰 섰다. 이는 곧 경제팬데믹과 직결하면서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봉착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코로나19사태로 전 세계가 1930년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를 맞았고, 경제적 손실이 내년까지 9조달러(약 1경96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1.2%로 전망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신규 실업자가 최대 33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통계청은 3월 고용동향에서 취업자는 2660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19만5000명 감소했다고 밝혔다. 일시 휴직자도 2월 61만8000명에서 126만명으로 급증했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계속되면서 소비지출도 급감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3월 실업급여 지급액이 역대 최대인 8982억원을 기록했고, 실업급여 수급자도 사상 처음으로 6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미 국민들은 기관들의 이 같은 통계를 접하지 않더라도 직장에서 연차사용권장과 임금삭감, 무급휴직 등에 대한 압력이 가시화하면서 경제위기에 대해 체감적으로 느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장·차관급에서 임금 30%를 반납하고, 지자체 장들과 공공기관들도 이에 동참키로 하면서 코로나19 사태를 헤쳐 나가자는 명분으로 전 국민들에게도 ‘고통분담’에 나서줄 것을 은근히 옥죄이는 양상이다. 정부는 결국 긴급재난지원금의 재원으로 공무원 연가보상비를 활용하겠다며 7000억원에 달하는 공무원 인건비를 삭감한다고 한다.

    사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기업 등 민간부분에도 고통분담 분위기를 확산하려 하고 있다. 최근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팀인 울산현대와 부산아이파크의 임직원들이 고통분담차원에서 임금 일부를 반납했다고 밝혔다. 비난도 거세다. 구단 직원들의 임금이 박봉인데다 과연 자발적이었는지에 대한 논란이다.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도 선수들의 임금 삭감에 논의에 대해 선수들의 동의 없는 삭감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직장이든 사회든 국가든 어려울 때는 함께 헤쳐 나가는 것이 당연하다. 회사가 있어야 직원도 있다는 말도, 직원이 있어야 회사가 있다는 말도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그러나 고위층인사들의 임금반납이나 ‘노블레스 오블리주’식 기부행렬은 코로나사태의 해결책이 아니다. 1억원의 연봉을 받는 사람과 3000만원을 받는 사람의 경제적인 삶은 질 차이가 있다.

    똑같이 10%의 임금을 반납했을 때 9000만원을 받는 고임금자는 일상 패턴에 약간의 변화는 있겠지만 생계에 지장은 없다. 반면 3000만원을 받는 저임금자는 2700만원으로 빠듯한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임금 10%삭감의 실제 체감은 처한 사람에 따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고통으로 나타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사태 이후 실업자 양산과 대기업과 중소기업, 국민들의 빈부격차 등 양극화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고통분담은 자발적이어야 한다. 국민들은 정부고위층이나 기업들의 고통분담 요구가 자칫 고통강요는 물론 책임전가로까지 비쳐질 수 있다. 역대 정부는 위기 때마다 책임전가를 위한 국민들의 고통분담을 강요해왔기 때문이다.

    지금 정부나 기업은 국민들과 직원들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하고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게 먼저다. 임금삭감이나 희망퇴직 등 고통분담은 모든 대책을 강구한 다음 꺼내야 할 마지막 카드여야 한다.

    이현근(문화체육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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