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과거신문보기   |  
2021년 04월 14일 (수)
전체메뉴

[거부의 길] (1816) 제25화 부흥시대 126

“나하고 여기서 살아요”

  • 기사입력 : 2020-04-17 08:11:41
  •   

  • 충렬사를 보고 수안보로 향했다. 길을 따라 남한강 지류가 푸르게 흐르고 있었다. 강 양쪽으로는 높은 산이다. 능선과 숲에 희고 붉은 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다. 신작로는 높은 산을 따라 계속되고 있다.

    차가 달리면서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아유 흙먼지….”

    보리가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 충렬사에서 수안보까지는 멀지 않았다. 수안보는 산과 내(川)에 둘러싸인 아늑한 분지였다.

    “보리야, 목욕하고 나온 뒤에 저녁 먹자.”

    이재영은 보리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 온천장은 2층이었다. 1층이 목욕탕이고 2층이 여관이었다.

    “네.”

    온천장이 문을 열고 영업을 하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수안보는 큰길에서 벗어나 있어서 전쟁의 피해를 크게 입지 않은 것 같았다.

    손님은 거의 없었다. 이재영은 탕 속에 들어가 앉았다. 뜨거운 물속에 몸을 담그자 피로가 씻은 듯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금년에는 전쟁이 끝나겠지.’

    그러나 완벽하게 끝나는 것이 아니다. 휴전이니 언젠가는 전쟁이 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

    ‘온천이 참 좋구나.’

    이재영은 한 시간 정도 목욕을 하고 나왔다.

    몸이 날아갈 듯이 개운했다. 온천장 앞에 벤치가 하나 있었다. 이재영은 벤치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웠다.

    멀리 문경새재 쪽의 높은 산이 보였다.

    수안보에서 문경새재까지는 차로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보리는 20분 정도 더 기다린 뒤에야 나왔다. 얼굴이 뽀얗게 상기 되고 머릿결이 촉촉했다.

    “오래 기다리셨어요?”

    화장을 하지 않은 맨 얼굴이다. 더욱 앳되고 싱그러워 보였다. 보리를 데리고 식당을 향해 걸었다.

    “나도 금방 나왔어. 온천을 하니까 어때?”

    “너무 좋아요. 맨날 온천을 했으면 좋겠어요.”

    보리가 이재영의 팔짱을 끼었다. 이재영은 보리 때문에 젊어지는 기분이었다.

    “수안보가 원래 유명한 온천이야.”

    “경치도 너무 좋아요.”

    “그럼 수안보에서 살아야지.”

    “호호. 나중에 수안보에 와서 살래요. 산도 높고… 강도 있고… 회장님, 나하고 여기서 살아요.”

    보리가 깔깔대고 웃었다.

    예쁘기도 해라.

    이재영은 그녀의 눈웃음에 가슴이 설렜다.

    나하고 여기서 살자고?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