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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코로나19와 9월 학기제- 박근생(사천중학교 교장)

  • 기사입력 : 2020-04-06 20: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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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최근 개학 시기와 관련해 조사한 결과 ‘4월 개학에 공감한다’는 응답이 49%, ‘9월 개학에 공감한다’는 응답이 32.4%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민 절반이 4월에 개학하길 원한다. 이미 3차례에 걸쳐 5주나 연기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김경수 경남지사는 “9월 신학기제 개편 검토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코로나19와 관련해 9월 학기제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이런 9월 학기제에 대한 논의는 유독 우리나라만 3월에 새 학년을 시작하는 독특한 학기제를 운영하기 때문에 발생했다. 미국 중국 유럽 등 북반구 나라들은 긴 여름방학을 보내고 보통 9월에 새 학년을 시작한다. 호주는 2월 개학이지만 남반구에 위치하므로 가을학기제다. 그나마 일본이 봄학기제인데 3월이 아닌 4월에 시작한다.

    우리나라의 학기제에 대한 역사는 갑오개혁 시기인 1895년 발표된 교육법령 ‘한성사범학교규칙’에 따르면 새 학년은 원래 7월부터였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을 따라 4월에, 미군정기에는 미국을 따라 9월에 새 학년을 시작했다가 1950년 다시 4월 학기제로 돌아왔다. 1962년, 4월에서 한 달 앞당긴 현재의 3월 학기제가 도입됐다. 겨울방학이 가장 추운 12~2월로 앞당겨지면 난방비 예산이 절약된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역대 정부는 1997년, 2007년, 2015년 세 차례 9월 학기제 시행을 검토했지만 58년 동안 굳게 뿌리를 내린 학기제를 바꾸려니 사회적 비용이 커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났다. 이에 따른 시설과 교사 확충, 입시 조정 등에 비용이 드는데 12년간 최대 10조원이라는 연구도 있다.

    장기화된 코로나19 사태가 학기제 변경의 난제를 풀 실마리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 지금은 코로나19 조기 극복에 집중할 시기이지 섣불리 신학년제 문제를 제기하여 혼란을 야기할 때가 아니라는 지적도 설득력 있다. 하지만 그동안 오랜 교육개혁 과제였던 9월 신학기제도 충분히 검토해 보고 좀 더 차분하게 정책적으로 고민해 볼 필요는 있다.

    박근생(사천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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