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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전쟁 속에 피어난 두 기적

  • 기사입력 : 2020-04-06 08: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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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월 22일 토요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환자들이 붐볐던 한마음창원병원이 갑자기 폐쇄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발생하면서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같은 날 낮 12시부터 3일간 병원을 폐쇄한다는 지시를 내렸고, 내부 환자들은 신속히 진료를 마치고 귀가하는데 정작 산부인과 진료를 보러 온 두 명의 여성은 정문 앞에서 발을 동동 굴리고 있었다.

    이들은 박모(38), 최모(30)씨로 한 달여간의 고통을 감내하고, 드디어 이날 꿈에도 그리던 2세를 위한 배아이식 시술을 받기로 한 날이었다. 그러나 갑작스런 병원 폐쇄에 이들은 그저 망연자실할 뿐이었다.

    병원 폐쇄로 이날 시술을 하지 못하면 어렵게 채취한 난자를 버릴 수밖에 없어진다. 다시 병원이 열리기까지 한 달여 동안 이 여성들이 겪어야 할 육체적인 고통과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가만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주치의로서 그냥 받아들일 수 없어 이들의 간절함을 역학조사관에게 설명했고, 다행이 민간 역학조사관과 방역당국도 고민하더니 방호복을 모두 입은 상태에서 시술 가능하다고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

    답변을 듣자마자 망설임 없이 바로 시술장으로 향했다. 이때가 낮 12시로 병원 폐쇄가 시작된 시각이었다. 난임센터는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는 등 모든 환경을 독자적으로 만들었다. 내부 자체 소독을 매일 같이 하던 곳이라 위생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필자와 환자들은 모두 방호복을 입은 채 2시간가량 시술을 진행했다.

    시술 직후 환자를 귀가시킨 뒤 병원은 3일간의 폐쇄조치에 들어갔다. 그리고 재개원 이틀 만에 병원 전체가 코호트 격리가 시작, 2주간 병원은 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살을 깎는 고통과 인내, 자발적으로 코로나 19에 대항하려 뛰어든 직원들 덕분에 모든 시설과 직원의 격리 해제와 더불어 재개원을 맞았다. 그 첫 날, 병원을 찾은 사람은 최씨였다. 초음파검사로 임신이 확인된 순간 2주간의 긴장과 걱정을 한순간에 떨쳐내고 울음을 터뜨렸다. 둘째 날, 박씨도 초음파 검사를 통해 임신임을 확인했다.

    그녀는 “첫째도 5년 전 메르스 사태 때 인공수정을 통해 자녀를 얻었고, 둘째도 코로나19속에서 가졌다”며 “온 나라가 위기 속에서 얻은 아이들이라서 앞으로 커 나가면서 작은 위기는 아무 것도 아닐 것 같다”며 웃으며 눈물을 훔쳤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고통을 겪고 있다. 국내 의료진 모두가 코로나19에 직접 몸을 부딪치며 싸우고 있다. 의료진의 빠른 결단력과 환자들의 믿음, 이런 아픔을 헤아린 산부인과 의사로서의 긍지와 이들의 간절함을 받아들여 이 치열한 전장 속에서도 생명은 피어나고 있다.

    권욱현 (한마음창원병원 난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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