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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중의 지혜, 민주주의를 믿어보자!- 백경학(경남선거관리위원회 주무관)

  • 기사입력 : 2020-04-05 20:4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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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의 과학자이며 우생학(Eugenics)의 창시자인 프란시스 골턴(Francis Galton)은 여행 중에 우연히 시골의 가축 품평회 행사를 보게 된다. 마침 그 행사에는 이벤트가 열리는데 소 한 마리를 두고 사람들이 소의 무게를 적어서 투표함에 넣는 것이었다. 나중에 소의 무게를 달아서 가장 근접한 무게를 써 넣은 사람에게 소를 상품으로 주는 행사였다.

    골턴은 우생학의 창시자답게 ‘유전자가 우월한 사람은 육성하고 열성한 사람은 도태시켜야 한다’, ‘일반 대중들의 추측은 당연히 틀릴 것이고, 따라서 우월한 엘리트들이 사회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이었다.

    골턴은 군중의 어리석음을 확인하려는 재미로 이 대회를 지켜본다. 대회 결과 무게를 정확히 맞힌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800개의 표 중 숫자를 판독하기 어려운 13장을 제외한 787개의 표에 적힌 무게를 평균했더니 1198파운드였다. 실제로 측정한 소의 무게는 1207파운드. 단 9파운드 0.7%의 오차였다. 이것은 골턴에게 큰 충격을 줬다.

    골턴은 ‘집단 지성’의 능력(collective intelligence)과 민주주의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자신의 소신을 굽히게 되었다. 이 일화를 바탕으로 골턴은 1907년 ‘대중의 의견’이라는 ‘네이처지’ 논문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대중의 판단은 신뢰도가 높다’고 발표한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스콜피온 호’의 침몰을 들 수 있다.

    1968년 임무를 마치고 귀환하다 대서양 깊은 해저에서 사라진 미국의 잠수함 ‘스콜피온 호’의 침몰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미 해군에서는 많은 방법들을 동원한다. 이 때 어느 한 해군장교의 제안에 따라 많은 이들의 주장한 값의 평균치를 추정하게 되는데 놀랍게도 이것은 스콜피온 호의 정확한 침몰 위치로 밝혀졌다.

    개개인 한사람의 지혜나 판단은 미미할 지라도 그것이 모이면 모일수록, 즉 참여가 늘면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주는 것이다. 개인은 그 어떤 엘리트 또는 전문가라 하더라도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불완전한 개인이 모여 많은 이들이 참여하면 즉 ‘집단 지성의 힘’은 때때로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낸다.

    이제 곧 4년 동안 우리 지역과 나라를 위해 일할 대표를 선출하는 4·15 국회의원 선거일이 다가오고 있다.

    지난 국회의원선거에서는 42%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사람마다 사정은 있겠지만 참여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내가 투표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라는 답변이었다.

    지금 당장은 나 하나의 투표참여로 눈에 보여지는 효능감은 미미해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앞서 말한 사례들처럼 나와 우리 모두가 참여한다면 ‘보다 현명한 선택’, ‘모두가 행복한 공동체’ 를 얻어낼 수 있지 않을까.

    대중의 지혜, 민주주의를 믿어보자.

    백경학 (경남선거관리위원회 주무관)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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