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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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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아인슈페너가 만드는 맛의 조화- 이동기(재료연구소 책임행정원)

  • 기사입력 : 2020-04-01 20: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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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인슈페너’라는 커피가 있다. 과거 마부들이 피로를 풀기 위해 마셨던 커피로 잘 알려진 아인슈페너는 아메리카노 위에 설탕과 생크림을 얹어 마시는 커피이다. 오스트리아 빈(비엔나)에서 유래되어 ‘비엔나커피’로도 잘 알려진 이 커피의 특징은 아메리카노가 안겨주는 ‘쓴맛’과 설탕과 생크림이 전하는 ‘단맛’의 적절한 조화다. 마치 물과 기름처럼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맛의 조화가 커피 고유의 맛을 아름답게 이끌어낸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왔다. 흑색선전과 상호비방 등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는 기사들이 연일 흘러나오는 걸 보면 이번에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여야가 네거티브 전략을 짜느라 바쁜 모양이다. 투표는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를 가장 올바르고 확실하게 표현하는 방법이지만, 해마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쏟아지는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선전에 절로 한숨을 내쉬게 된다.

    2009년 이스라엘 연구팀이 100여명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수치를 측정한 적이 있었다. 그 결과, 그들의 스트레스 수치는 투표소 앞에서 평소보다 세 배 이상 높게 나왔다고 한다. 후보자 간 상호비방은 물론 각종 정책 선전을 위한 문자안내와 거리의 홍보 소음, 전단지 등이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유권자에게 후보들의 정책을 살펴보고 어떤 이를 선택할지 고민하는 건 분명 커다란 스트레스이다.

    후보들의 네거티브 전략은 상대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씌우기 위해서지만, 유권자에게도 이처럼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투표율을 높이고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긍정적인 정책을 알리는 게 오히려 좋은 이미지를 형성시킬 수 있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쓴맛과 단맛이 한 공간에서 조화를 이뤄 아름다운 맛을 만들어내듯이, 전혀 다른 색깔의 후보들이 조화를 이뤄 보다 건설적인 정책을 만들어가길 바라는 건 단지 필자의 희망에 불과한 걸까.

    이동기(재료연구소 책임행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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