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거부의 길] (1804) 제25화 부흥시대 114

“요즘은 무얼하고 있소?”

  • 기사입력 : 2020-04-01 08:10:35
  •   

  • 오동식이 철저하게 검약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자는 5부요.”

    오동식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하고 금고에서 돈을 꺼내주었다.

    이재영은 인사를 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사채업자도 남의 돈으로 장사를 하는구나.’

    이재영은 오동식에게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오후에 건설회사에서 일을 했다는 사내의 면담이 이루어졌다. 그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회사인 후지건설에서 소장 일을 했는데 주로 평양에서 건축 일을 했다고 했다. 학교는 오사카에서 전문대학을 나왔고 나이는 43세였다. 이력서에 있는 내용이다. 김연자는 건설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통해 그의 이력과 인간성까지 조사했다.

    이름은 고정엽이었다.

    이재영은 이철규, 김연자와 함께 그의 면접을 보았다.

    고정엽은 키가 크고 얼굴이 우락부락했다.

    “죄송합니다. 현장에서는 저를 산적이라고 부릅니다.”

    고정엽의 말에 김연자까지 웃음을 터트렸다. 김연자는 그에 대한 조사를 하면서 호감을 갖고 있었다.

    “요즘은 무얼하고 있소?”

    이철규가 먼저 질문을 했다.

    “닥치는대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노가다도 하고… 집수리도 하고….”

    고정엽은 목소리도 컸다.

    “언제 서울에 내려왔소?”

    “1.4 후퇴 때 왔습니다.”

    “공산치하에서도 건설 일을 했소?”

    “예. 공산당도 건물을 지어야 하니까요.”

    “왜 서울에 내려왔소?”

    이번에는 이재영이 질문을 했다.

    “공산정권이 섰을 때 내려오고 싶었습니다만 연로한 부모님이 계셔서 내려올 수 없었습니다.”

    “그럼 부모님은 돌아가셨소?”

    “아버님은 돌아가시고… 어머님은 지게에 지고 모셔왔습니다.”

    “지게에 지고?”

    이재영이 놀라서 물었다.

    “어머님이 다리가 아파서… 처음에는 업고 내려왔습니다만 힘이 들어서 지게에 지고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눈보라도 치고…….”

    고정엽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날씨가 몹시 추웠을 텐데….”

    “이불로 꽁꽁 싸맸습니다.”

    이재영은 고정엽에게 감탄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