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5월 31일 (일)
전체메뉴

두산중 노동자 “동료 수백명 보내며 탈원전에 웁니다”

두산중, 31일자로 무더기 명퇴
“휴업 얘기 돌고 분위기 뒤숭숭
남은 사람도 어떻게 될지 몰라”

  • 기사입력 : 2020-03-30 21:14:56
  •   
  •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낸 동료들이 오늘 공식적으로 회사를 떠나는데 붙잡지도 못하네요.”

    31일자로 두산중공업 명예퇴직을 신청한 700여명(노조 추산)은 회사를 나간다. 이를 보는 남은 동료들 마음은 착잡하다.

    32년 전 입사한 A씨도 명예퇴직 대상자 중 한 명이다. 그는 공기업이었던 한국중공업 시절부터 지금까지 두산중공업 가공공장에서 원자력·화력 발전소에 들어가는 터빈과 발전기부품을 가공하는 일을 해왔다. 그러니 밤낮이 일주일 단위로 바뀌는 주야근무도 33년째다.

    “힘든 일을 견딘 건 아무나 못 만드는 발전설비를 만든다는, 한국서 유일한 설비를 만든다는 자부심이 컸죠. 주변에 언제나 자랑스럽게 이야기했거든요.”

    2000년 민영화로 인한 구조조정과 회사의 무리한 손해배상과 가압류로 선배 노동자가 분신하는 어려운 일들도 겪었다.

    이번에는 수십 년 몸바친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과정을 지켜보고, 회사가 휴업까지 밝히며 노동자에 경영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힘들다고 밝혔다.

    “작년에 우리사주 운동을 하면서 우리들이 회사 주식을 샀습니다. 우리사주가 흥행해야 외부에서도 투자를 늘린다고 홍보했고, 재산 증식의 기회라고 회사가 밝혀 많은 사람들이 평균 1만주가량을 샀는데 1주 5550원이었던 것이 지금 가까스로 3000원 초반대를 회복했어요. 회사 살리려 많은 노동자들이 투자했는데 회사는 희망퇴직과 휴업 카드를 꺼내보이네요. 코로나 영향이 없을 수 없겠지만 더 큰 부분은 회사의 경영 책임에 있다고 봅니다.”

    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 간부들이 30일 오후 두산중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두산빌딩 앞에서 탈원전 정책 재고와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금속노조 두산중지회/
    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 간부들이 30일 오후 두산중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두산빌딩 앞에서 탈원전 정책 재고와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금속노조 두산중지회/

    현장의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이미 희망퇴직자 700여명이 회사에 나오지 않는 상황, 남은 희망퇴직 대상자들은 회사측의 안내가 협박으로 들린다고 했다.

    “휴업 이야기가 돌고, 우리도 어떻게 될 지 모르니 막막합니다 정말. 현장관리자들을 통해 총선 이후에 휴업을 강제하고, 인원정리하겠다는 말들도 나오고, 그때는 지금 제시한 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식이죠. 안전사고도 빈번한 것 같고 스트레스가 상당합니다.”

    전국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는 두산중공업 주주총회가 열린 30일 2차 상경투쟁을 실시해 두산그룹의 본사 건물인 두산빌딩을 찾아 항의했다.

    이들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 전환,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구조조정 즉시 중단 △특정 대상 휴업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항의서를 전달하고 회장단과의 간담회를 요청했으나, 회장단은 만나주지 않았으며 창원공장에 있는 박칠규 기술HR 전무만이 이들의 서한을 전달받았다.

    두산중공업지회 이성배 지회장은 “여전히 오너 경영진은 뒤에 숨어서 방만한 경영에 대한 일말의 책임도 지지 않고 직원들의 고통을 방관한다”며 “노동자들을 탄압한 데 대한 투쟁을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슬기 기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슬기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