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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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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았다- 이상준(한울회계법인 대표 공인회계사)

  • 기사입력 : 2020-03-29 20:4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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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 세상을 할퀴고 있는 신종 코로나19의 사태를 되뇌어보자.

    국내에서는 연초에 행정이나 관변단체뿐만 아니라 여러 친목단체 등 대부분의 집회나 모임이 취소됐고, 심지어 각급학교의 졸업식과 입학식도 외부인들의 출입을 제한하고 가급적 조촐하게 치렀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국은 코로나19의 확진자가 30명 내외로 청정지역인 듯했다.

    정부당국도 확진자와 의심환자의 관리상태 및 경과를 시시각각으로 자랑스럽게(?) 보도했다. 그런데 대구 신천지교회에서 31번 환자를 필두로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진 데다, 부산 온천교회, 이스라엘 성지순례에 참여한 천주교 안동교구 신자(39명), 제주도 신자(37명), 별도 순례단(28명) 등에서 확진자가 더해져 전국이 초토화 돼버렸다.

    1월 19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중국인 1번 확진자부터 2월 17일 30번 확진자가 나올 때까지 한국은 코로나19의 청정지역이었다. 그러나 신천지대구교회에서 31번 확진자가 나온 지 6주 만에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9000명과 120명 넘게 발생했다. 대부분의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LG·삼성·현대·SK·태평양 등 대기업의 일부 사업장이 폐쇄됐고 주주총회까지 전자투표제로 치러지기도 했다. 한마디로 동맥경화에 걸린 유령도시를 방불케 한다.

    지금처럼 전 세계적으로 만연되기 전 한국인은 국제적으로 좀비였다. ‘코리아 포비아’로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입국제한 조치를 취한 국가가 전 세계 150개국이 넘었으며, 이스라엘·터키·베트남·러시아 등은 한국 국적기를 되돌려 보내기까지 했다. 또한 유학이나 해외근무, 출장 등으로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죄인으로 낙인찍혀 싸늘한 눈총 때문에 외출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바이러스가 전방위적으로 퍼져나가자 온갖 매체나 SNS는 코로나19 이야기밖에 없다. 급기야 신천지교회를 해체하라는 국민청원까지 일어났다. 모든 언론과 패널들도 신천지교회와 31번 확진자 등 특정 ‘가지’만을 주목했지 ‘숲’에 대한 분석은 의도적으로(?) 하지 않는다.

    과연 그럴까. 핵심은 당국의 대처능력의 한계, 즉 정부의 무능함이다. 중국인 입국금지는 외교관계상 그렇다 치더라도, 처음부터 당국은 종교집회를 금지했어야 했다. 이미 중국 우한시가 초토화 된 것을 보고서도, 수백·수천만명이 모이는 종교집회는 알면서도 애써 외면했다. 그러다 전국적 감염사태가 발발하자 뒤늦게 종교집회를 금지한다는 둥 호들갑을 떨었다. 총선을 목전에 둔 상황을 의식했고, 종교박해라는 쓴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표를 의식한 건 야당도 마찬가지였다. 늘 떠들어내는 것은 중국인 입국제한조치였지 ‘대규모 종교집회를 막았어야 한다’가 아니었다. 소탐대실이다.

    교회든 성당이든 사찰이든 종교의 목적은 ‘온 누리에 평화’일 것이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번 사태의 주범이 된 종교인들은 비난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를 수수방관한 정부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 국내외적으로 국격이 쑥대밭이 된 후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선제적 대응’이라는 ‘정치 프레임적인 용어’를 쓰며, 정부의 무능함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신천지교회만을 주범으로 몰면서 정부를 두둔하기에만 급급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혼란에 빠지자, 한국의 대응이 모범이라는 외신보도는 빗발친다. 실상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 위대했다는 것이다.

    최고의 전술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막을 수 있는 전쟁을 막지 못한 잘못은 오간 데 없고, 잘하고 있다는 ‘프레임’에만 치중하는 모습이 정말 우습다. 나라가 망해도, 국격이 나락으로 떨어져도 정권에만 목숨 거는 게 정치인가보다. 온 국민이 짊어진 죽음 같은 ‘가래’의 무게는 어찌할 것인가!

    이상준(한울회계법인 대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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