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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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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멍 지워버리고 불안·공포 떨쳐버려요

■ 공황장애 올바른 이해와 치료
혼잡한 대중교통·회사 등서 나타나
약물·인지행동치료 등으로 증상 개선

  • 기사입력 : 2020-03-22 21:4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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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기 연예인들과 유명인들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면서 공황장애라는 질환이 일반인에게 많이 알려졌고,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때 톱스타였던 한 탤런트가 최근 방송에 나와 공황장애 증상 때문에 20년간 방송을 하지 못했다는 고백을 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명문대를 졸업한 27세 남성 A씨는 대기업 신입사원으로 장래가 촉망받는 사람이었다. 입사 후 일에 대한 욕심이 강하고, 회사에서 적응도 잘해 직장 상사들에게도 인정받았다. A씨는 두 달 전 업무량이 증가한 상황에서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갑자기 숨이 막히고 가슴이 벌렁벌렁 뛰고 식은땀이 나더니 정신이 혼미해졌다. 극도의 불안감과 공포가 밀려오고 심장은 터질 것 같고 숨을 쉴 수가 없어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에서 겨우 내려 밖으로 나왔고, 근처에 보이는 병원의 응급실을 방문했다. 응급실 의사의 진료를 받고 혈액검사, 흉부엑스선 검사, 심전도 검사 등을 받았고, 힘들었던 증상은 검사 중에 소실됐다. 담당 의사는 검사상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설명했고, 공황장애일지 모르니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권유했다.

    그러나 A씨는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지 않았다. ‘특별한 스트레스도 없고 자신이 정신적으로 이상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야 하나’ 하는 거부감 때문이었다. ‘혹시 심장이나 뇌에 이상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어 심장, 뇌 등에 대한 검사와 진료를 받았으나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A씨는 큰 병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안도감을 느꼈지만 그것도 잠시, 증상은 이후에도 주 1회 정도 발생했다. 특히 사람이 많거나 혼잡한 지하철 안에서 발생했고, 때로는 회사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점차 출근길이 두려워지고 회사에 가기가 무서웠으며, 다른 사람들이 증상을 볼까 봐 창피한 마음도 들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결근횟수가 잦아지던 중 A씨는 결국 회사에 사표를 내고 말았다.

    ◇공황장애의 치료법

    공황장애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알려진 것은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다. 정신건강의학과 약물은 공황발작을 줄여주고 예기불안이나 회피행동, 우울증 등의 증상도 개선시킨다. 특히 SSRI라고 불리는 세로토닌재 흡수억제제가 공황장애 치료에 효과적이다. 이 계열의 약물은 항우울제로 알려져 있지만, 공황장애 등의 불안장애 전반에도 효과적이다. 벤조디아제핀계열 약물은 공황과 불안증상에 즉각적인 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유용하고 급성 증상이나 심한 공황발작을 효과적으로 완화시켜 준다.

    그러나 벤조디아제핀은 의존성, 남용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므로, 장기 사용 때에는 주의를 기울이고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만성적인 질환의 경과와 재발 가능성 때문에 공황장애의 약물치료는 증상이 개선됐다고 하더라도 6개월 이상 유지치료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지행동치료는 정신치료의 일종으로 공황에 대한 교육과 인지적인 사고의 왜곡을 교정한다. 공황장애 환자들이 흔히 가지는 생각의 오류인 파국화(재앙화)나 과잉일반화, 이분법적 사고 등을 교정함으로써 증상을 개선시킨다. 공황장애 환자에서 자주 보이는 광장공포증상은 도움을 받기 어려운 장소에 있을 때 불안을 느끼는 증상인데, 이 경우 증상을 유발하는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시킴으로써 점차 적응하도록 하는 노출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최근 VR 기술을 활용한 인지행동치료 프로그램도 개발해 환자들이 실감나고 흥미롭게 치료받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올바른 이해와 대응

    이 질환에 대한 확실한 예방법은 없다. 하지만 깊고 천천히 복식호흡하는 호흡훈련과 근육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이완훈련이 도움이 될 수 있고, 질환에 대한 이해를 잘하는 것이 질환 관리에 도움 된다. 공황증상이 발생하는 경우 이것이 생명을 위협하는 증상이 아닌 공황증상임을 인지하고, 눈을 감고 깊고 천천히 숨을 쉬는 것이 증상을 빨리 안정시킬 수 있다. 환자에 따라서는 음주, 흡연, 카페인음료, 불규칙한 생활 등이 증상을 유발·악화시키는데, 일상생활에서 그것을 잘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황장애는 치료반응이 양호한 경우가 많고, 만약 만성화될 경우 치료가 어려우므로 공황증상이 반복되면 반드시 전문가 찾기를 권한다. 공황장애가 있다고 능력 발휘를 다 하지 못할 거라고 미리 기죽을 것도 없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는 자신의 공황발작 경험을 밝혔고, 힘든 불안 경험과 유년 시절의 여러 어려움을 극복한 것이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그녀가 남긴 “당신의 상처를 지혜로 바꾸세요”라는 명언처럼 지금 겪는 어려움을 더 큰 발전과 깨달음의 계기로 만들기 바란다.

    도움말= 건강관리협회 2020년 건강소식 3월호 가천대 길병원 강승걸 교수 글에서

    정오복 선임기자 obokj@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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