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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국무총리 연설로 본 3·15의거

  • 기사입력 : 2020-03-16 15:3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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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기집권을 목표로 이승만 정권이 행한 3·15부정선거에 항거하여 옛 마산(현 통합창원시)에서 3·15의거가 일어난 지 어제 3월 15일자로 60년이 됐다. 적잖은 세월이다. 이 기간 3·15의거는 4·19혁명, 부마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6월항쟁으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민주화 물결의 출발점으로 평가받았다. 그렇다면 3·15의거를 기념하고 희생자를 기리며, 자유·민주·정의라는 3·15정신을 일깨우는 데 앞장 서야 할 정부는 그간 3·15의거를 어떻게 바라봤을까? 3·15의거기념식에서 역대 대통령·국무총리가 발표한 연설문을 통해 3·15의거를 되짚어봤다.

    고 김대중 대통령. 기사 내용과는 무관한 자료사진입니다. /경남신문DB/
    고 김대중 대통령. 기사 내용과는 무관한 자료사진입니다. /경남신문DB/

    ※어떤 연설문?

    기사에서 인용한 연설문은 지난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열린 20차례의 기념식에서 각각 발표된 당시 대통령·국무총리의 기념사(또는 기념·축하메시지)다. 현직 대통령이 처음으로 행사에 참석한 2000년 40주년 3·15의거기념식의 기념사를 시작점으로 했다. 올해 60주년 3·15의거기념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취소돼 기념사가 없어 지난해 기념식의 기념사를 마침표로 했다.

    대통령 기념사는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의 ‘연설기록’에서, 국무총리 기념사는 ‘국무조정실 국무총리비서실’ 홈페이지의 ‘역대 국무총리 연설문·메시지’에서 공개하고 있는 원문자료를 썼다. 고 김대중(2건), 고 노무현(4건), 이명박(3건) 등 대통령 3명의 기념사 9건과 김황식(2건), 정홍원(2건), 이완구(1건), 황교안(2건), 이낙연(2건) 등 국무총리 5명의 기념사 9건으로 모두 18건이다.

    모자란 2건 연설문 중 하나는 2001년 당시 김유배 국가보훈처장이 대독한 김대중 대통령의 기념사이지만, 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에 등재돼 있지 않았다. 나머지 하나인 2004년 기념사는 당시 언론 보도에 비춰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기념식은 열렸지만 사흘 전인 3월 12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돼 노무현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다. 기념사 원문자료를 아래 첨부해두었다.

    고 노무현 대통령. 기사 내용과는 무관한 자료사진입니다. /경남신문DB/
    고 노무현 대통령. 기사 내용과는 무관한 자료사진입니다. /경남신문DB/

    ◇역대 3·15의거 기념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18건의 기념사를 전반적으로 관통하는 3가지 키워드는 ‘민주주의’, ‘마산 시민’, ‘315의거’였다. 이들 키워드는 한국언론재단에서 개발한 뉴스 빅데이터 서비스인 ‘빅카인즈’를 활용해 뽑았다. 단어 간 연결망을 그려 중심이 되는 단어를 찾는 ‘텍스트 알고리즘’을 활용해 특성값(weight)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세 키워드는 특성값이 가장 높은 단어들이었다. 기념사 원문에서 사용된 ‘3.15’, ‘3, 15’, ‘3·15’ 등의 표기는 ‘315’로 통일해 알고리즘의 혼선을 줄이려 했다.

    이 단어를 열쇳말 삼아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다지는 데 있어 ‘3·15의거’의 위상과 ‘마산시민’의 역할에 대한 역대 정부의 시각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 기사 내용과는 무관한 자료사진입니다. /경남신문DB/
    이명박 대통령. 기사 내용과는 무관한 자료사진입니다. /경남신문DB/

    ◇민주주의와 3·15의거

    역대 정부는 3·15의거를 우리나라 민주주의, 민주화, 민주화운동의 단초였으며 자랑스러운 역사라고 평가했다.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커다란 획” “부마항쟁과 더불어 이 고장의 위대한 민주시민 정신을 드높이는 표상” (김대중 대통령 40주년 기념식 기념사 중)

    “우리나라 민주화의 원점” (김대중 대통령 42주년 기념식 기념사 중·대독)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자랑스런 역사” (노무현 대통령 45주년 기념식 기념사 중·대독)

    “우리 민주화운동의 자랑스런 역사 (노무현 대통령 46주년 기념식 기념사 중·대독)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 (노무현 대통령 47주년 기념식 기념사 중·대독)

    “오늘날 민주주의 발전의 초석”, “불의와 낡은 관행을 거부하고 새 시대를 열기 위한 힘찬 도전” (이명박 대통령 48주년 기념식 기념사 중·대독)

    “민주화의 씨앗” (이명박 대통령 49주년 기념식 기념사 중·대독)

    “시민에 의한 자유민주주의의 출발점” (이명박 대통령 50주년 기념식 기념사 중·대독)

    2012년 제52주년 3·15의거 기념일을 맞아 김황식 국무총리(가운데)가 창원 국립 3·15민주묘지에서 분향하고 있다./경남신문DB/
    2012년 제52주년 3·15의거 기념일을 맞아 김황식 국무총리(가운데)가 창원 국립 3·15민주묘지에서 분향하고 있다./경남신문DB/

    “오늘날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의 밑거름” (정홍원 국무총리 54주년 기념식 기념사 중)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의 신호탄” (이완구 국무총리 55주년 기념식 기념사 중)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현대사의 물줄기를 바로 잡는 계기” (황교안 국무총리 56주년 기념식 기념사 중)

    “독재와 불의를 거부하는 우리 국민의 줄기찬 항쟁의 하나” (이낙연 국무총리 58주년 기념식 기념사 중·영상메시지)

    “3·15는 3·15로 끝나지 않습니다. 3·15는 4·19가 됐고 그 후에도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부활했습니다” (이낙연 국무총리 59주년 기념식 기념사 중)

    2014년 제54주년 3·15의거 기념일을 맞아 정홍원 국무총리(가운데)가 창원 국립 3·15민주묘지에서 분향하고 있다. /경남신문DB/
    2014년 제54주년 3·15의거 기념일을 맞아 정홍원 국무총리(가운데)가 창원 국립 3·15민주묘지에서 분향하고 있다. /경남신문DB/

    ◇민주주의와 3·15의거 그리고 마산시민

    역대 정부는 자유·민주·정의를 위해 3·15의거에 앞장 선 마산시민과 학생들의 용기와 희생을 기렸다. 더불어 의거가 일어난 마산지역은 ‘일제강점기 4·3삼진의거가 일어났던 고장’, ‘권위주의 시대 3·15의거와 부마항쟁으로 민주화에 헌신한 지역’, ‘산업화 시대 창원국가산업단지, 마산 수출자유지역 등 경제발전의 주역’이었던 점에서 시대의 요구에 먼저 부응한 고장이라고 바라봤다.

    “마산의 민주시민과 학생들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온몸으로 항거하였던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 40주년 기념식 기념사 중)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분연히 일어섰던 위대한 마산시민” (김대중 대통령 42주년 기념식 기념사 중·대독)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 (노무현 대통령 43주년 기념식 기념사 중·대독)

    “독재와 불의에 맞서 일어선 여러분의 용기는… 민주주의 발전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46주년 기념식 기념사 중·대독)

    “시대적 소명을 앞장서 실천해온 마산시민과 경남도민” (노무현 대통령 47주년 기념식 기념사 중·대독)

    2015년 창원 3·15아트센터에서 열린 제55주년 3·15의거 기념식에서 이완구 국무총리가 기념사를 하고 있다. /경남신문DB/
    2015년 창원 3·15아트센터에서 열린 제55주년 3·15의거 기념식에서 이완구 국무총리가 기념사를 하고 있다. /경남신문DB/

    “굽힐 줄 모르는 용기와 총칼에 당당하게 맞섰던 마산시민” (이명박 대통령 48주년 기념식 기념사 중·대독)

    “목숨을 걸고 정의의 대열에 앞장 섰던 마산시민” (이명박 대통령 49주년 기념식 기념사 중·대독)

    “그 희생은… 우리의 민주주의가 길을 잃고 헤맬 때마다 등대와도 같이 길을 밝혀 주었습니다” (김황식 국무총리 51주년 기념식 기념사 중)

    “위대한 역사를 결정적으로 촉발한 것이 바로 3·15의거… 그 당당한 주역이 바로 마산의 보통사람들” (이낙연 국무총리 59주년 기념식 기념사 중)

    “마산은 역사적으로 나라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분연히 일어나 구국의 가치를 높이 든 의로운 기개와 애국의 고장” (김대중 대통령 40주년 기념식 기념사 중)

    “창원은 각 시대의 요구에 가장 뜨겁게 부응해온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고장” (이낙연 국무총리 59주년 기념식 기념사 중)

    2016년 제56주년 3·15의거 기념일을 맞아 황교안 국무총리(가운데)가 창원 국립 3·15민주묘지에서 참배하고 있다. /경남신문DB/
    2016년 제56주년 3·15의거 기념일을 맞아 황교안 국무총리(가운데)가 창원 국립 3·15민주묘지에서 참배하고 있다. /경남신문DB/

    ◇4·19혁명의 과정 속 3·15의거

    그렇지만 역대 정부가 3·15의거를 이 같이 바라보면서도 그 지위는 4·19혁명의 자장 아래 포함돼 있다. 의거 당시 12명이 숨지고 250여명이 다친 근현대 최초의 독자적인 유혈 시민혁명이었지만, 3·15의거 희생자는 4·19혁명 관련 유공자로 정의되는 등 역사적·법적으로 독립적인 의거로 평가받지 못하는 현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역대 대통령·국무총리 기념사에서 이따금 4·19혁명의 ‘기폭제’, ‘도화선’으로 표현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영달 3·15의거희생자유족회 사무국장은 앞서 경남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법으로는 1960년 4월 19일 전후를 기해서 사망을 한 사람이나 다친 사람에 대해 4·19혁명 희생자 또는 부상자라고 칭한다”며 “우리는 법적 단체명도 ‘4·19혁명 희생자유족회 경남지부’라고 정해져 있다. 안까운 현실이다. 3·15라는 말도 없다. 3·15의거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관련기사 ▲[기획] 3·15의거 60돌 (상) 이젠 4·19 그늘에서 벗어날 때 )

    2019년 창원 3·15아트센터 열린 제59주년 3·15의거 기념식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기념사를 하고 있다. /경남신문DB/
    2019년 창원 3·15아트센터 열린 제59주년 3·15의거 기념식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기념사를 하고 있다. /경남신문DB/

    ◇40주년 50주년 한 걸음씩 변화, 60주년에도...

    3·15의거 40주년이 되던 해 고 김대중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 처음 3·15의거 기념식에 참석했고 2년 뒤인 2002년 3·15의거 희생자가 영면해 있는 3·15 성역공원이 국립3·15민주묘지로 승격, 이듬해 준공됐다. 50주년인 2010년에는 3·15의거가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이후 3·15의거기념식 행사는 정부 주관으로 치러졌다. 60주년인 올해 3·15의거 관련 단체를 창원지역을 중심으로 3·15의거를 재평가하고 관련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조되고 있다. 3·15의거 진상규명 및 관련자 명예회복심의위원회 설치, 3·15의거 정신을 계승하는 기념사업 추진 등의 내용이 담긴 ‘3·15의거 관련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올 4월 총선을 앞둔 20대 국회는 얼마 남지 않았다. 회기 종료 전 통과하지 못한 법률안은 자동 폐기된다.

    안대훈 기자 adh@knnews.co.kr


    000315-제40주년 김대중 대통령 기념사.pdf

    020315-제42주년 김대중 대통령 축하메시지.pdf

    030315-제43주년 노무현 대통령 기념메시지.pdf

    050315-제45주년 노무현 대통령 기념메시지.pdf

    060315-제46주년 노무현 대통령 기념메시지.pdf

    070315-제47주년 노무현 대통령 기념메시지.pdf

    080315-제48주년 이명박 대통령 기념사.pdf

    090315-제49주년 이명박 대통령 기념사.pdf

    100315-제50주년 이명박 대통령 기념사.pdf

    110315-제51주년 김황식 국무총리 기념사.pdf

    120315-제52주년 김황식 국무총리 기념사.pdf

    130315-제53주년 정홍원 국무총리 기념사.pdf

    140315-제54주년 정홍원 국무총리 기념사.pdf

    150315-제55주년 이완구 국무총리 기념사.pdf

    160315-제56주년 황교안 국무총리 기념사.pdf

    170315-제57주년 황교안 국무총리(대통령 권한대행) 기념사.pdf

    180315-제58주년 이낙연 국무총리 기념사.pdf

    190315-제59주년 이낙연 국무총리 기념사.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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