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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코로나가 만든 거리- 강지현(편집부 차장)

  • 기사입력 : 2020-03-05 20: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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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어졌다. 학교는 개학을 미뤘고 문화·복지·체육시설은 문을 닫았다. 봄맞이 축제·공연·행사도 모조리 취소됐다. 갈 곳 없는 아이들과 어르신들은 집에 꽁꽁 갇혔다. 마스크 없인 집 밖을 못 나간다. 직장동료와 침 튀기며 이야기 나누던 시절이 꿈만 같다. ‘아무것도 만지지 마라, 누구도 만나지 마라!’ 9년 전 나온 영화 ‘컨테이젼(Contagion·전염병)’의 포스터 글귀가 현실이 됐다.

    ▼가족·연인 사이의 ‘밀접한 거리’는 0~46㎝, 친구처럼 가까운 ‘개인적 거리’는 46㎝~1.2m, 사회생활에 필요한 ‘사회적 거리’는 1.2~3.6m, 대중과의 ‘공적인 거리’는 3.6~7.5m.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이 분류한 인간 사이의 거리 4가지 유형이 무의미해졌다. 요즘은 ‘마스크를 벗고 만나는 거리’와 ‘마스크를 쓰고 만나는 거리’로 양분된 느낌이다. 일상에 스민 코로나19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적정거리도 생겼다. 길이는 2m. 이 거리는 말하거나 기침할 때 침방울이 튀는 거리다. ‘코로나 시국’에 사람을 만나려면 ‘안전거리’ 2m를 확보해야 한다.

    ▼코로나 불안으로 대인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언택트(untact·비대면)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됐고 대학과 학원 강의는 온라인으로 듣는다. 배달음식을 먹고 쇼핑은 인터넷으로 해결한다. 영화도 집에서 본다. 집콕족의 ‘코로나 비만’ 걱정은 ‘홈트(home+training)’ 영상으로 예방한다.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만, 이러다 정말 사람 안 보고도 살 만한 세상이 되면 어쩌나 싶다.

    ▼대한의사협회가 ‘3-1-1 캠페인’을 제안했다. 3월(3) 첫 주(1) 일주일(1) 동안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자는 의미다. 이번 주가 코로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 우리 스스로 방역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게 외로움이라지만, 조금만 더 견뎌보자. 이번 주말만큼은 외출을 최소화하는 ‘자발적 격리’, 손씻기만큼 중요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해보자. 몸의 거리를 띄우는 만큼 마음의 거리는 좁히려고 노력하면서.

    강지현(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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