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경남시론] 정치교육에서의 교사 역할- 김성열(경남대 교수 한국교육학회장)

  • 기사입력 : 2020-03-03 20:52:54
  •   
  • 김성열 경남대 교수 한국교육학회장

    다가오는 4월 15일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있는 날이다. 고등학교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치교육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국회가 선거연령을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하향 조정하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하여 고 3학생들 중 일부가 유권자로 편입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선거연령은 1948년 만 21세로 정해진 이래 1960년 만 20세로, 2005년 만 19세로, 그리고 지난해 만 18세로 하향 조정되어 왔다.

    이번 선거연령의 하향 조정은 우리 사회의 변화·발전에 따라 중등교육을 마칠 나이의 국민이 독자적인 정치적 판단 능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OECD 35개 회원국 중 이미 33개 회원국이 만 18세를 선거연령으로 정하고 있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뒤늦은 감이 없지도 않다. 일단 많은 국민들과 해당 연령의 학생들이나 청소년들은 선거연령을 19세에서 18세로 낮춘 공직선거법 개정을 환영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일부 국민들이나 교육현장은 전적으로 반기는 분위기만은 아닌 듯하다. 학교에서의 계기교육을 둘러싸고 가끔씩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 논쟁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의 어느 고등학교에서는 학교 행사 중에 쟁점이 되는 정치적 사안에 대하여 일방적인 견해를 강조하기도 하였고, 여수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특정 정치인을 비방하는 시험 문제를 출제하여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학부모들은 이러한 사례들을 접하면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시사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선한 의도에서 출발했다고 하더라도 쟁점 사항에 대하여 어느 일방의 견해를 강요하는 나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고등학생들이라 할지라도 아직 정치적으로 충분히 성숙하지 않아서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우리 사회의 여러 쟁점에 대하여 교사의 강요로 인하여 편향된 시각이나 생각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은 드문 사례이기는 하지만 선거연령의 하향 조정에 따라 앞으로 이루어질 고등학교에서의 정치교육에 대한 사회 일각의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치교육은 좁게는 학생들에게 정치 상황에 대한 이해를 촉진하고 민주주의 의식을 다지고 정치 참여의식을 북돋는 것에서부터 넓게는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의사소통과 현실 이해 및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어가는 역량을 기르는 것까지 포괄한다.

    정치교육은 한마디로 학생들이 깨어 있는 민주시민으로 자라나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깨어 있는 민주시민은 제도의 운영에 대하여 성찰하고, 정치적 사안에 대하여 참여 의지와 역량을 가진 능동적 시민이라고 할 수 있다.

    교사들이 학생들을 깨어 있는 민주시민으로 기르기 위해서는 정치교육에서 몇 가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우선, 교사는 자신에게 주어진 교육내용을 선택할 자유를 신중하게 행사해야 한다. 교사가 가르치는 상황에서 가지는 자유는 쟁점 사항에 대하여 어느 일방의 견해를 강요하거나 교과서 내용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거나 왜곡하는 것까지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교사는 학생들에게 정치적 사안에 대하여 특정의 견해만을 제시하기보다는 논쟁성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교사는 학문과 정치에서 논쟁이 등장하는 것처럼 수업상황에서도 그러한 논쟁적 상황이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교사는 학생들에게 정치적 교화나 강제적 주입을 해서는 안 된다. 정치교육은 학생들이 특정 정치적 사안에 대하여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사는 학교에서 올바른 정치교육을 위하여 제 역할을 다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학생들이 깨어있는 민주시민으로 자라나고, 우리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공고화(鞏固化)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성열(경남대 교수 한국교육학회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