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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걱정의 걱정을 걱정한다- 조윤제(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20-03-03 20: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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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윤제 정치부 부장

    #성철 큰스님의 걱정론

    성철 큰스님이 남기신 말씀 중 ‘걱정’에 대한 유명한 어록이 떠오른다. 큰스님은 ‘다들 너무 걱정하지 마라. 걱정할 거면 딱 두 가지만 걱정해라’라고 운을 떼신 뒤 1)지금 아픈가? 안 아픈가? 안 아프면 걱정하지 말고, 아프면 두 가지만 걱정해라. 2)나을 병인가? 안 나을 병인가? 나을 병이면 걱정하지 말고, 안 나을 병이면 두 가지만 걱정해라. 3)죽을 병인가? 안 죽을 병인가? 안 죽을 병이면 걱정하지 말고 죽을 병이면 두 가지만 걱정해라. 4)천국에 갈 거 같은가? 지옥에 갈 거 같은가? 천국에 갈 거 같으면 걱정하지 말고, 지옥에 갈 거 같으면…… 5)지옥 갈 사람이 무슨 걱정이냐?라고 말씀하셨다. 큰스님은 아마도 걱정에 대해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의 걱정을 들으면서 걱정에 대한 고민을 명쾌하게 말씀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큰스님은 결론적으로 ‘걱정할 필요 없다’는 걸 강조하시면서 세상사람들의 걱정이 부질없고, 그 걱정하는 시간에 자기 삶의 기쁨과 공존의 가치에 대해 더 담론할 것을 기대하셨을 것이다.

    #티베트의 걱정론

    티베트 최고의 경전으로 불리는 ‘티베트 해탈의 서’에도 걱정의 부질없음을 설파하는 유명한 문구가 나온다. ‘걱정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이 문구는 걱정 없는 사람이 무시로 들으면 위트 넘친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올 수 있지만, 크고 작은 유걱정자들이 들을 땐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라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슬픈 문구다. ‘티베트 해탈의 서’의 저자이자 티베트 사람들이 최고의 성인 또는 ‘제2의 붓다’로 칭송하는 ‘파드마 삼바바’는 실존하는 모든 것은 개개인의 ‘마음’을 능가할 수 없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나 생각든다. 걱정은 하면 할수록 커지고, 다양한 모양으로 변이를 일으켜 복잡다난한 증상을 인간 마음에 꽂아박으며 유걱정자의 영육과 주변환경을 파괴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을까. 또 걱정의 병적 확장이 한 사람에게만 귀속되는 게 아니라 가족과 사회 더 나아가 국가적 병리현상으로 고착화되는 것을 경계하고 싶지 않았을까. 그러므로 주체와 객체의 마음이 모든 우주의 중심이기에 마음만 똑바로 잡으면 걱정이든, 불행이든, 가난이든, 장애든 모든 고난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치고 싶지 않았을까.

    #코로나19 걱정론

    우리나라가 연초부터 걱정이라는 폭풍의 한가운데 고립됐다. 2020 경자년 새해를 맞아 흰쥐의 지혜로운 습생을 본받아 새로운 도약의 시대를 활짝 열자고 다짐한 게 엊그제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았던 곳에서 걱정거리가 생기면서 그 걱정이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의 걱정으로 번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에 대한 걱정이다. 코로나19는 바이러스의 변형이 기존 유형과 180도 달라 의료진들이 속수무책인 가운데, 확진자 또는 의심자에 대한 경계심이 극도에 달했고, 이러한 경계심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돼 우리나라 전체의 걱정으로 커졌다. 국민적 걱정을 해소시켜줘야 할 대통령과 정부는 마치 ‘도덕 선생님’ 같은 점잖은 말로 국민 앞에 나타나지만, 정작 국민들은 ‘체육 선생님’ 같은 결단과 과단성을 보고 싶어할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국가를 옥죄는 이 걱정을 어떻게 끊어내야 할지 정부는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국민들도 걱정만 하기보다 또다시 희망을 일구는 일체감 조성에 적극 동참하는 저력을 발휘하면 좋겠다.

    조윤제(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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