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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82) 제25화 부흥시대 92

“충주에 잘 다녀오셨어요?”

  • 기사입력 : 2020-03-02 07:5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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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천에서 부산까지 가는 데는 하루가 꼬박 걸렸다. 그나마 일제강점기 때 새로 닦은 경부대로로 진입하자 빠르게 달릴 수 있었다. 이재영은 몹시 피로했다. 점심도 먹고, 중간에 쉬기도 했으나 녹초가 될 정도였다. 수안보 온천에는 들를 수가 없었다.

    부산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기울고 있었다.

    이재영은 박불출에게 보리를 서울로 데리고 가겠다고 말했다. 박불출이 희미하게 웃었다.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하시지요. 계월이의 복입니다. 계월이 있는 요정에는 제가 말하겠습니다.”

    박불출이 말했다.

    “공장 인수 문제는 우리 이철규씨와 상의해주십시오. 이철규씨가 조만간 행장님을 찾아뵙고 협의할 것입니다.”

    “예.”

    박불출은 이재영을 요정까지 태워다 주었다. 보리는 내일 요정을 나오겠다고 했다. 이재영에게 인사를 하면서 손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충주에 잘 다녀오셨어요?”

    영주가 이재영을 반갑게 맞이했다.

    “응. 며칠 부산에 더 머물 거야.”

    “잘 됐다. 아주 나랑 부산에서 살아요.”

    영주가 교태를 부렸다. 저녁을 먹고 나자 이철규에게서 전화가 왔다.

    “교수님 두 분과 내일 부산으로 내려갈 겁니다. 그냥 모시고 갈 수 없어서 약간의 거마비를 드리기로 했습니다.”

    “잘했네. 내가 뭐 준비할 것은 없나?”

    교수들이 부산까지 왔다가 가는데 그냥 왔다가 갈 수는 없었다.

    “부산에 방 몇 개를 잡아야 하고 경제인들을 만나셔야지요.”

    “방이 몇 개나 필요한가?”

    “세 개면 됩니다.”

    “알았네. 내가 부산에서 만날 경제인은 누구인가?”

    “전화번호를 적으시겠습니까?”

    “연필과 메모지가 있네.”

    전화기 옆에는 메모지가 항상 준비되어 있었다. 이재영은 연필을 잡고 그가 불러주는 경제인들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메모했다. 그들은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서울에서 활약하던 기업인들이었다.

    이재영은 먼저 피닉스호텔에 전화를 하여 방을 예약했다.

    경제인들에게도 전화를 하여 만날 약속을 했다. 그들에게 영주가 있는 요정으로 와 달라고 청했다. 영주에게는 그들의 점심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부산에 요정이 있어서 요긴하게 쓸 수 있었다.

    이튿날 오전에 이재영은 피닉스호텔에 가서 예약을 확인하고 박두영을 통해 산업부장관을 저녁에 만나기로 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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